인천 사회면 모자이크
27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에 위치한 조선 후기의 문신 영재(寧齋) 이건창(1852~1898) 생가의 초가집 지붕이 관리소홀 등의 이유로 움푹 파여 있다. 2021.10.2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강화군에 있는 인천시기념물 '이건창 생가'의 관리가 소홀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오전 인천 강화군 화도면에 있는 한 초가집. 'ㄱ'자 형태의 단층 초가집의 지붕 곳곳은 무엇인가에 짓눌린 듯 움푹 패어 있었다.

안채 뒤편의 추녀(처마와 처마가 만나는 부분에 경계처럼 걸치는 건축재) 밑에는 누군가 먹고 버린 듯한 박카스 등 음료병까지 꽂혀 있었다. 박카스 병을 유심히 살펴보니 유통 기한이 2017년 9월이었다. 이때 버려졌다 해도 수년은 이렇게 방치돼 있었다는 얘기다.

이 초가집은 강화학파 계보를 이은 당대 문장가였던 조선 후기의 문신 영재(寧齋) 이건창(1852~1898)이 살았던 생가로 인천시기념물 제30호다. 인천시기념물로 지정돼 있는데도 보수는커녕 기본적인 관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기념물서 편입후 변경 지정
2차례 복원 공사 20년간 모습 유지
신빙성 논란 일었지만 고증자료 없어
지자체, 터만 재지정 인천시에 요청


이건창 생가는 강화도가 행정구역상 경기도였던 1994년 경기도기념물로 지정됐다가 인천시로 편입된 후 1995년 3월 인천시기념물로 변경 지정됐다. 이건창 생가는 1996년과 1998년 2차례 공사를 거쳐 복원돼 20여년간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건창 생가는 양반 계급이었던 이건창이 초가집에서 살았다는 게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화군은 사실 확인에 나섰지만 고증할 만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결국 올해 초 이건창 생가를 인천시기념물에서 제외하고 '터'만 재지정해 달라고 인천시에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인천시 문화재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기념물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건창 생가의 현재 모습은 문화재에 대한 자치단체의 허술한 관리 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보자 A씨는 "인천시기념물로 지정한 뒤 복원 공사까지 해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강화군 관계자는 "지역에 있는 문화재들은 안전 경비와 청소 인력 등을 투입해 꾸준히 관리하고 있는데 놓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현장을 찾아 보수가 필요한 부분을 파악했고 최대한 빨리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