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다양한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寶庫)다. 보기 힘든 점박이물범, 쇠가마우지, 괭이갈매기, 노랑부리백로가 흔하다. 물고기 천적 쇠가마우지는 백령도에만 둥지를 튼다. 국내 500여 종 조류 가운데 370여 종이 관찰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식물군도 다양해 범부채, 대청붓꽃, 순비기나무, 해당화, 갯메꽃, 해국이 지천이다.
천연기념물 제331호 점박이물범은 백령도 생태계를 상징하는 귀한 손님이다. 겨울철 중국 보하이 랴오둥만 유빙에서 새끼를 낳고 백령도로 내려와 봄부터 늦가을까지 먹이활동을 한다. 몸길이 1.4~1.7m, 몸무게 82~123㎏인 소형 종이다. 개체 수는 100~30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연봉바위, 두무진, 하늬해변에서 주로 관찰된다.
멸종위기종인 점박이물범을 보호하기 위해 인천시와 섬 주민들이 손을 잡았다. 시는 지난해부터 백령도 주민들과 정기적으로 점박이물범 개체 수와 서식지를 조사 중이다. 최근에는 하늬해변 앞 물범바위 인근에서 물범을 관찰할 수 있는 '물범 에코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시 마스코트인 점박이물범을 연구·교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지역 청소년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백령중·고 '점박이 물범 탐구동아리'는 백령도 남포리 습곡구조 전망대 등지에서 정기적으로 물범 쉼터인 연봉바위를 관찰한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탐구조사를 하고, 12월에는 활동 발표회를 열어 지역사회와 물범 연구·보호 방안을 공유하고 있다.
점박이물범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역 숙원인 공항 유치가 진일보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3일 개최된 국가재정평가위에서 백령공항 건설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내년 예타 조사를 통과하면 2025년에는 착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 사업은 2017년 국토교통부의 사전 타당성 연구에서 B/C(비용 대비 편익) 값이 2.19로,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항 예정지는 생태 환경이 건강한 지역이다. 생태계가 교란될 것이라 걱정들이다. 물범은 환경 변화에 예민하다. 서해안 일부 도서에만 서식하는 이유다. 인천~ 백령도 여객선은 4시간30분이 소요된다. 연륙교가 불가능한 섬에 공항은 천지개벽할 필수동력이다. 환경과 개발, 고민이 커진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