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조성공사 일부 현장에서 토사의 불법 반출 의혹이 제기되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를 두고 평택시와 LH 사이 신경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해당 직원 A씨가 남긴 유서를 참고한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11일 평택시와 평택경찰서 등에 따르면 고덕신도시 에듀타운연합회 등 일부 주민들은 지난달 18일 LH가 신도시 조성부지 내 고덕면 해창리 일대 매립돼 있던 토사 등 폐기물 2만여㎥를 신도시 내 다른 부지 성토재로 썼다는 주장이 담긴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에 평택경찰서는 LH에 폐기물처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지 내사를 진행 중이며 이미 관련 직원 1명을 불러 일부 조사했다. 경찰은 A씨가 남긴 15장 분량 유서 내용도 참고해 조사 중이며 유서엔 사건 관련 A씨 심경 등이 담긴 걸로 알려졌다.
A씨는 논란이 되는 토사가 원래 위치한 공사현장을 담당한 LH 평택사업본부 직원으로 지난달 18일 퇴직했으나, 화성 매향리 선착장 주차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지난 4일 경찰에 발견됐다.
"2만㎡ 타부지 성토재로 썼다" 진정
경찰 내사중 퇴직 직원 극단적 선택
평택시, 오염도조사따라 행정조치 입장
유족 갑질 주장에 서명운동 조짐도
이에 정식 경찰 수사가 진행될 경우 실제 2만여㎥에 달하는 토사가 불법 반출됐는지, A씨 유서를 통해 새 사실이 드러날지 등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평택시는 이달 말로 예상되는 토사 오염도 조사 결과에 따라 LH에 행정 조치를 한다는 입장이다. LH는 대응을 자제하면서 조만간 본사 차원의 입장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A씨 유족의 탄원서 내용이 LH 측에 알려지며 LH 일부 직원들은 서명운동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족은 탄원서에 "8개월 간 평택시와 일부 시의원에게 갑질, 허위사실유포 등 괴롭힘을 당한 아버지가 견디지 못해 죽음을 택하셨다"고 주장하며 "얼마나 힘들었으면 유언장에 가족·친지 언급은 없었다"고 11일 적었다.
평택시 관계자는 "경찰과 현장에 들어가 5개 지점의 토사 시료를 채취해 조사를 맡긴 상태며 2개 지점은 LH가 시에서 거쳐야 하는 절차 없이 토사를 반출한 곳"이라며 "유서 내용은 아는 바 없고 시에서 그러한 괴롭힘을 한 적이 없는 걸로 안다"고 해명했다.
LH 평택사업본부 관계자는 "유족에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따라 반출 여부 등 관련 사실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