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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노조 경기지부장 최진선씨가 지난 19일부터 6m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2021.11.23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아침부터 불어온 찬 바람에 기온이 0도까지 떨어진 23일 오전 10시께 경기도교육청 앞에 세워진 6m 높이의 철탑 위에서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경기지부장 최진선씨를 만났다.

방 한 칸도 되지 않는 공간,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위태로운 철탑 위에서 최씨는 5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이들은 '돌봄전담사 8시간 전일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학비노조, 19일부터 단식 고공농성
4·6시간 제각각… "보조인력 취급"
경기교육청, 수요따라 연장안 고수


교육부는 지난 8월 돌봄 수요 증가와 돌봄 업무 체계화를 위해 돌봄 운영시간을 오후 5시에서 7시로 연장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학비노조는 해당 개선안을 바탕으로 4시간, 6시간 등 제각각인 보육전담사들의 근무시간을 8시간 전일제 근무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학부모 수요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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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노조 경기지부장 최진선씨가 지난 19일부터 6m 철탑 위에서 단식 고공농성을 시작했다.2021.11.23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학비노조는 지난 10일 도교육청 북부청사에서 8시간 전일제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였고, 지난 16일에는 삭발·단식에 나섰고 결국 1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최진선씨 역시 닷새 전부터 철탑 위에서 단식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최씨가 머무르고 있는 철탑 위에는 취침을 위한 텐트, 생수, 바가지 등이 있었다. 그는 물과 소금만 먹으며 5일째 버티고 있다.

최진선 학비노조 경기지부장은 "경기도 돌봄교사 중 70% 가까이가 4시간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며 "코로나 이후 돌봄이 중요해졌지만 여전히 돌봄교사는 보조인력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도교육청은 오후 7시까지 돌봄운영을 원하는 학부모가 얼마 없다고 주장하지만, 본질은 학교장들이 학교 운영시간 연장을 원치 않는 것"이라며 "교육부에서 예산을 준다고 했는데도 8시간 전일제로 전환되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고 생각한다. 전환될 때까지 단식농성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최씨의 철탑 옆 천막에서는 조선희 사무처장, 황순화 분과장이 8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이들은 돌봄교사들이 돌봄 업무 외에도 모든 행정 업무들을 떠맡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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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m 철탑 위에 설치된 텐트 안에서 학비노조 경기지부 황순화 분과장, 조선희 사무처장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2021.11.23/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조선희 사무처장은 "교실 청소, 소독일지 등 교사가 하던 모든 행정업무를 떠넘기고 4~6시간 안에 해결하라는 건 압축노동"이라며 "걸음이 늦어도 이해할 테니 8시간 전일제로 가겠다는 방향만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돌봄 수요에 따라 근로시간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돌봄 수요에 따라 기존 5시간이었던 근로자들은 6시간으로, 그 이상 근무자들은 8시간으로 연장해 내년 3월부터 시행하는 안을 노조에 제시했다"며 "교육부에서 수요 조사를 하는 중이며, 모니터링을 통해 추가 수요가 발생하면 근무 시간을 재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2일 0시 기준 경기지역 돌봄교실 2천961개 가운데 615개(21%)가 운영을 중단했고, 돌봄 전담사 769명(전체 26%)이 파업에 참여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