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화성 입양아 '민영이'의 한을 풀어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검찰도 아동치사죄에서 아동학대살해죄로 공소장을 변경, 혐의를 입증해 냈다. 25일 생후 33개월 입양아 뺨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양부는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아동학대살해죄. 유죄로 인정받은 서씨의 혐의다.
통상 아동학대 사건은 '가해자의 범행 수법'과 '지속성', '아동연령' 등에 근거해 고의성을 판단한다는 점이 고려됐다. 아동학대치사죄로 함께 기소된 양모 최씨도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생후 33개월에 불과한 피해 아동의 얼굴과 머리를 강하게 수차례 때렸다"며 "아동의 머리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경우 뇌 손상으로 이어져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후 33개월 입양아 수차례 손찌검
반혼수상태 두달여 치료중 숨 거둬
檢 '치사→살해' 공소장 변경 입증
시민단체 "좀더 엄벌 아쉬움 남아"
또 "피고인은 피해 아동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음에도 119를 부르거나 즉시 병원에 가지 않았다"며 "부양 의무자로서 자신의 행위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에 빠진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이 사건 피해 아동은 지난 5월 양부의 손찌검으로 반혼수 상태에 빠져 두 달 넘게 치료받았지만 지난 7월 숨을 거뒀다.
사인은 '둔력에 의한 머리 손상 및 고도의 뇌부종'이었다. 피해 아동이 강한 외력에 의한 충격으로 숨을 거뒀음에도 양부는 구속 기소 당시 '살인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뺨을 때린 이유만으로 사망에 이를 것임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속행 공판을 거듭하면서 피해 아동 치료를 담당한 전문의 증언 등 고의성 입증의 정황이 드러났다.
결국 검찰은 양부에게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해달라며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아동학대 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반면, 아동학대 살해죄가 성립되면 사형이나 무기, 징역 7년형까지 가중 처벌을 받게 된다. 하한이 징역 5년 이상인 살인죄보다도 형량이 무겁다.
시민단체에서도 줄곧 피고인 엄벌을 촉구해왔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이하 대아협)는 이번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에 2천여통이 넘는 진정서를 보내는가 하면 민영이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 7월13일에는 애도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이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대아협 회원은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 판결이 났는데 전력이 없고, 남은 친자녀를 돌봐야 한다는 점에서 양모는 법정 구속조차 되지 않았다"며 "좀 더 엄중한 처벌이 내려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선고 뒤에도 눈물을 쏟으며 법정을 지켰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