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언제 보나…" 식당 혼란, "손으로 못 적다니…" 노년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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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카페 등에서 '방역패스' 미확인 시 이용자와 운영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되기 시작한 13일 백신접종·음성확인을 증명하는 QR코드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진은 이날 점심시간께 쿠브앱 접속이 지연되고 있는 모습. 2021.12.13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접종여부 확인에 진땀

13일 오전 10시30분께 안산 월피동의 한 백반집.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자 식당에 들어선 손님 3명 중 일행 1명이 "김치찌개 3인분 주세요"라고 말하자 식당 주인 A씨는 "백신 접종 날짜 좀 먼저 보여달라"고 다그쳤다.

A씨는 "나 홀로 음식하고, 서빙하고, 계산까지 다 하는데 손님들 백신 접종 여부까지 눈으로 확인하라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계도기간 때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단골손님을 돌려보내기까지 했는데 안 하면 과태료를 맞게 되니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열불이 터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정오께 찾은 수원 권선동의 칼국숫집도 방역패스를 두고 혼란이 이어진 건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줄어 10개 남짓 테이블의 홀 관리와 배달을 아르바이트 없이 도맡아 온 칼국숫집 사장 김모(41)씨는 "수기 명부도 원칙적으로 금지됐고 눈으로 다 보고 입장시키라고 하는데, 손이 두 개뿐이라 감당할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거(방역패스)하자고 아르바이트를 채용할 수도 없고 막막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패스'가 본격화된 첫날, 상인들은 일일이 고객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느라 진땀을 뺐다.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 설상가상 접종 증명서 역할을 하는 질병관리청의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애플리케이션마저 먹통이 되면서 현장에선 대혼란이 빚어졌다.

"나홀로 서빙·계산에 정신없어"
"일일이 확인 감당할 여유 안돼"
점심시간 '증명용 앱'마저 먹통
"인건비 지원이나 단속 유예를"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방역패스를 적용받던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등 5종 시설 외에 지난 6일부터 추가된 식당·카페 등 11종 시설 역시 계도기간이 12일에 끝나면서 13일부터 방역패스가 의무화됐다.

백신 접종 완료 후 14일이 지났다는 접종증명서나 PCR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다. 위반사항 적발 시 이용자는 10만원 이하, 사업주는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4회 이상 적발되면 폐쇄 명령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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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카페 등에서 '방역패스' 미확인 시 이용자와 운영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되기 시작한 13일 백신접종·음성확인을 증명하는 QR코드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진은 이날 점심시간께 쿠브앱 접속이 지연되고 있는 모습. 2021.12.13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소상공인들은 사업자가 아닌 위반 당사자에 책임을 물리거나 단속을 유예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방역패스 운영에 필요한) 관련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하든지, 단속을 유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이날 저녁 쿠브앱 오류를 사과하면서 "13일에는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격차 불편 가중
13일 전면시행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로 디지털 소외 계층인 노년층이 곤경을 겪었다. QR코드 인증이 방역패스의 핵심인데 스마트폰 사용이 힘들어 생활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격차'가 현실화된 것이다.

2G폰을 사용 중인 이모(83·용인)씨는 휴대전화에 QR코드가 없어 식당을 갈 때면 늘 수기명부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날부터 방역패스 적용 시설을 출입할 때 전자출입명부를 통한 접종증명서나 유전자 증폭(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고, 수기명부 작성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이씨의 근심은 커졌다. 이씨는 "방역패스 증명서를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도 모른다. 자식들과 떨어져 살아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다"며 "식당을 갈 때마다 동사무소에 가서 접종증명서를 떼야 하는 건지 방법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수원 화서시장에서 만난 어르신들도 대부분 방역패스가 무엇이고 어떻게 발급받는지 모르고 있었다.

화서시장을 찾은 이모(80)씨는 "수기로만 작성하면 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방역패스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박모(70)씨는 "이제는 어디를 가든 방역패스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발급받는지는 모르겠다"며 "잘 모르니 식당에 갈 때마다 직원들에게 부탁한다"고 했다.

QR코드 사용 어려워 '수기' 많아
금지되자… "도움받기 쉽지 않아"
일부 '안심콜'… "어르신도 잘해"
"디지털 문해, 아직도 문턱 높아"
 


방역패스가 의무화됐음에도 이날 찾은 화서시장 근처 식당 다섯 곳 중 네 곳은 수기 작성을, 한 곳은 안심콜만을 사용 중이었다.

국밥집 주인 박모씨는 "QR체크인은 아직 준비하지 않았다"며 "손님 대부분이 어르신인데, 거의 수기로 작성하셔서 그대로 한다"고 말했다. 안심콜만으로는 손님의 백신 접종 여부를 알 수 없어 QR체크인을 추가로 확인해야 하지만 한 가게 주인은 방역패스 의무화를 대비해 안심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원래는 수기 작성만 했었는데 방역패스 의무화를 한다고 해 안심콜을 새로 도입했다"며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도 안심콜은 제대로 건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전면 적용으로 음식점·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대부분에 QR코드가 필수화되면서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조차 소외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노인복지관협회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동사무소에서 접종증명서를 가지고 오시거나, (방역패스) 설치 방법을 여쭤보셔서 직접 설치하고 안내해드리기도 했다"며 "노인분들을 위해 키오스크 사용법 등 디지털 문해교육을 하고 있으나 아직 문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자현·조수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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