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된 남북 관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450억원 규모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이 쌓이기만 하고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올해 기금으로 편성한 예산을 20%도 채 쓰지 못했음에도 내년엔 올해보다 20억원 늘린 지출계획을 세웠다.

21일 도에 따르면 올해 도는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135억원을 쓰겠다는 지출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현재까지 집행된 관련 예산은 약 20억원뿐, 집행률은 약 17%에 그친다.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와 대북제재 등으로 남북 관계가 몇 년째 진전을 이루지 못해 집행률이 저조한 것인데, 이 같은 상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북제재 등으로 교류 진전 없어
예산집행 20억원… 17%에 그쳐
156억원 구상·기금적립 부담도


남북 교류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다, 코로나 상황은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도 도는 내년에 올해보다 20억원 늘어난 156억원을 쓰겠다는 지출계획을 세웠다. 앞으로 남북 관계가 어떻게 활성화할지 예측할 수 없어 사전에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려 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게다가 '경기도 남북교류협력의 증진 및 운용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도는 예산을 적게 써도 지출액만큼 다시 다음연도 기금에 채워넣어야 하는데, 지출액보다 약 10억원 적게 기금을 채우면서 최근 경기도의회의 질타(11월11일자 2면 보도='남북교류협력기금' 축소에… 경기도의회 '조례 위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도는 최근 3년간 지출액보다 배가 넘는 예산을 기금에 넣어 기금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인데, 이를 두고 무리하게 기금을 적립하면서 앞으로 예산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8~2020년 동안 도는 총 106억원을 지출했는데, 이후 도가 채운 예산은 220억원에 달한다. 그 결과 450억원에 달하는 기금은 쌓였지만, 도는 조례를 위반하지 않기 위해 매년 지출액만큼 계속 채워야만 한다.

도 관계자는 "이미 민선 7기 목표액 420억원을 추가 조성했다. 기금을 충분하게 확보하자는데 도와 도의회 모두 같은 의견이라서 이번에 충당하지 못한 지출액은 내년 결산 이후 추경으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