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보의 ‘생태교육’

[심현보의 '생태교육'] 한국의 특산식물 구상나무가 주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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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보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교장
외부기관의 지원을 받아 선생님들과 '가상(VR)·증강(AR)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쌍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식물 및 생태 탐구활동 교육자료 개발' 프로젝트를 3년 동안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도에는 울릉도 나리분지의 생태계를 조사하여 학습자료를 만들었고, 2021년도에는 제주도의 교래 곶자왈에서 곶자왈 생태 학습자료와 한라산 영실코스를 따라 윗세오름까지 올라가면서 고도별 식물군락의 변화에 대한 자료를 만들었다. 그중 한라산 영실코스의 해발고도 1천700m 정도에 위치한 구상나무 군락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 탐방로를 관리하시는 분의 하산 재촉으로 늦은 시간 탐방로를 겨우 내려왔던 일이 기억에 남아있다. 구상나무 군락지에는 '살아백년, 죽어백년 구상나무 숲'이라는 안내판과 함께 '여기는 지구상에 오직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구상나무가 사는 곳입니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 나무, 힘찬 기상을 가진 우리 토종나무입니다'라고 쓰인 그 구절이 구상나무의 가치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사진으로 찍어뒀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科)의 전나무속(屬) 식물로 학명이 'Abies Koreana Wilson'이다. 학명에 'korea'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볼 때 한국 특산종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명은 'Korean Fir'이며, 높이가 18m까지 자라는 상록성 교목으로 어린 가지에는 털이 약간 있으나 자라면서 털이 없어지고 갈색으로 변하는데 오래된 줄기의 껍질은 거칠다. 그리고 솔방울처럼 생긴 열매는 길이가 4~6㎝ 정도이며 녹색을 띠는 갈색 또는 붉은색을 띠는 갈색이라고 나와 있다. 특히 잎 뒤가 흰색을 띠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은녹색으로 보이는 모양이 아름다워 정원수로 쓰이며,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선호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최근 10년간 한라산에서
나무 연령 관계없이
지속적인 피해로 집단 고사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지를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가을쯤 KBS에서 기후변화 특별기획으로 이 지역이 소개된 것을 보았다. 내용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온난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지난 백 년간 온도 상승이 지구 평균 상승 온도보다 높아 1.8℃에 이른다고 하였다. 한라산은 1천700여 종의 식물이 자라는 식물의 보고이며, 특히 고유종이 많이 자라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식물인 구상나무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어 세계 최대의 집단 군락지인 한라산에서 집단 고사가 일어나고 있다는 영상이었다. 더욱이 최근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게다가 나무의 연령에 관계없이 고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였다. 구상나무는 환경보전의 지표가 되는 깃대종이기도 한데 깃대종의 고사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신호가 될 수 있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제주도의 평균기온이 1℃ 상승할 때 고도는 150m가 높아져야 현재 살고 있는 온도와 같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가 영실코스 탐방로에서 만난 구상나무는 현재 위치에서 살 수 없고 서늘한 위쪽으로 밀려 올라가야 하는데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어 막다른 곳에서 집단 고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구상나무는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과 바람 혹은 긴 가뭄의 큰 영향을 받는데, 기온 상승으로 태풍 및 가뭄과 같은 기상변화가 훨씬 심해졌으니 집단 고사지는 회복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구상나무 한 종(種)이 주는 교훈은 단순하게 서식지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인 것이다.

단순한 서식지 국한 문제 아닌
한반도 전체 기후변화 경고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은 항상 용서하고, 인간은 가끔 용서하지만,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스페인 속담을 인용하면서 '자연이 파괴되기 시작하면 멈추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도 역설하였다.

오늘 오전에는 학교 정원에 내 키 만한 크기의 구상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한라산의 영실에도 구상나무를 심어 자생지 복원을 한다고 한다. 어린 묘목이 잘 자라서 멋진 구상나무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그리고 무엇 보다 심어도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 새해의 소망이며, 어린나무가 잘 자라게 하는 것은 환경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실천에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심현보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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