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보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교장 |
구상나무는 소나무과(科)의 전나무속(屬) 식물로 학명이 'Abies Koreana Wilson'이다. 학명에 'korea'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볼 때 한국 특산종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명은 'Korean Fir'이며, 높이가 18m까지 자라는 상록성 교목으로 어린 가지에는 털이 약간 있으나 자라면서 털이 없어지고 갈색으로 변하는데 오래된 줄기의 껍질은 거칠다. 그리고 솔방울처럼 생긴 열매는 길이가 4~6㎝ 정도이며 녹색을 띠는 갈색 또는 붉은색을 띠는 갈색이라고 나와 있다. 특히 잎 뒤가 흰색을 띠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은녹색으로 보이는 모양이 아름다워 정원수로 쓰이며,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선호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최근 10년간 한라산에서
나무 연령 관계없이
지속적인 피해로 집단 고사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지를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가을쯤 KBS에서 기후변화 특별기획으로 이 지역이 소개된 것을 보았다. 내용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온난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지난 백 년간 온도 상승이 지구 평균 상승 온도보다 높아 1.8℃에 이른다고 하였다. 한라산은 1천700여 종의 식물이 자라는 식물의 보고이며, 특히 고유종이 많이 자라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식물인 구상나무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어 세계 최대의 집단 군락지인 한라산에서 집단 고사가 일어나고 있다는 영상이었다. 더욱이 최근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게다가 나무의 연령에 관계없이 고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였다. 구상나무는 환경보전의 지표가 되는 깃대종이기도 한데 깃대종의 고사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신호가 될 수 있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제주도의 평균기온이 1℃ 상승할 때 고도는 150m가 높아져야 현재 살고 있는 온도와 같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가 영실코스 탐방로에서 만난 구상나무는 현재 위치에서 살 수 없고 서늘한 위쪽으로 밀려 올라가야 하는데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어 막다른 곳에서 집단 고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구상나무는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과 바람 혹은 긴 가뭄의 큰 영향을 받는데, 기온 상승으로 태풍 및 가뭄과 같은 기상변화가 훨씬 심해졌으니 집단 고사지는 회복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구상나무 한 종(種)이 주는 교훈은 단순하게 서식지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인 것이다.
단순한 서식지 국한 문제 아닌
한반도 전체 기후변화 경고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은 항상 용서하고, 인간은 가끔 용서하지만,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스페인 속담을 인용하면서 '자연이 파괴되기 시작하면 멈추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도 역설하였다.
오늘 오전에는 학교 정원에 내 키 만한 크기의 구상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한라산의 영실에도 구상나무를 심어 자생지 복원을 한다고 한다. 어린 묘목이 잘 자라서 멋진 구상나무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그리고 무엇 보다 심어도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 새해의 소망이며, 어린나무가 잘 자라게 하는 것은 환경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실천에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심현보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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