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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광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회장
생산된 제품의 재활용이 원활해지기 위해선 소비자 책임을 넘어 생산단계부터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생산자에게 재활용 책임을 부여해야 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제도, 즉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가 다양한 품목에 적용되고 있다.

2003년 도입되면서 페트병, 캔, 유리병, 전지, 타이어,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부담의 주체를 유럽에서는 생산자에게, 일본에서는 소비자에게 재활용분담금 납부의무를 부과하고 있기도 하다. 이 제도의 근간을 살펴보면 대략 이렇다. 생산된 제품의 유가성이 낮아 원활한 순환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생산자에게 일정비율 이상의 재활용 의무를 지게 하거나 오염자부담 원칙에 따라 최종 소비자로 하여금 재활용의무 이행을 위한 분담금을 납부하게 하는 제도다. 


정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밀어붙이기'
업계선 행정적 쉬운 길만 선택한다고 지적


최근 환경부가 전기차폐배터리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의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폐배터리 발생량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폐배터리의 고부가가치 특성, 초기 재활용시장 형성 지원, 신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하고 있으며, 이미 한국환경연구원(KEI)에서는 지난해 10월 관련 용역을 마무리한 상태다.

하지만 환경부의 폐배터리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시행 명분에도 불구하고, 자칫 배터리 순환경제생태계 연결고리 일부가 끊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생산된 전기차배터리는 일반적으로 7~10년 이후 수명을 다하게 되며, 고전압배터리 특성상 안전하게 회수, 분리, 보관, 잔존가치평가 이후 재이용 혹은 재활용되는 순환경제 사이클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국 580여 자동차해체재활용업계가 시장에서 폐차되는 전기자동차를 안전하게 회수해야 하는 첫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때 전기차 회수를 위해서는 전기차 배터리, 모터류, 차피류 등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여 회수가치가 결정되게 된다.

그러나 폐배터리에 대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시행될 경우 전기차 가치의 70~80%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폐배터리의 사실상 소유권한이 전기자동차제조사에 부여됨에 따라 자동차해체재활용업의 재활용영역은 매우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다.

전기차폐배터리는 정부가 생산자에게 재활용책임을 부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유가성 고가자원의 특성상 시장에서 안전하게 회수, 분리, 보관, 잔존가치평가, 매각을 통해 재이용되거나 재활용 원료로 재투입하는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오히려 배터리 재이용,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배터리 상태평가, 모듈교체 등 정비를 위한 기술지원, 물질추출을 위한 재질 및 구조 등 다양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 더불어 재활용이 원활하게 디자인을 설계하고, 수리수선이 원활하게 해야 하는 것이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이젠 직접 나서서 민간과 경쟁할게 아니라
원활한 생태계 구축하도록 지원해야 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폐배터리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밀어붙이기 하고 있어 자동차해체재활용 업계에서는 정부가 행정적으로 쉬운 길만 선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환경부는 민간 재활용시장 활성화를 위한다며 보조금이 지급된 배터리 반납의무를 폐지해 놓고 정작 적용은 2021년 이후 등록된 것으로 하다 보니 앞으로 민간영역에서 폐배터리를 자유롭게 거래하기 위해 적어도 7~8년은 더 걸려야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2022년 1월 본격 운영 예정인 '미래 폐자원 거점회수센터'는 산업부가 추진하는 배터리산업센터와 업무영역이 그대로 중복되고 있고, 오히려 정부주도로 배터리 회수를 주도하면서 배터리재활용을 위한 민간시장은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다며 추진하고 있는 각종 연구와 관련 협의체 운영에서 우리 자동차해체재활용업계의 참여와 의견수렴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 번지수를 잘못 찾고 있는 폐배터리재활용체계에서 이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민간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 민간이 원활하게 관련 사업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때임을 명심해야 한다.

/홍석광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