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게 불법 유통되는 고농도 니코틴 용액(1월 3일자 7면 기획보도 등=['담배 아닌 척' 니코틴 불법유통·(1)] '줄기 추출·저농도' 모두 거짓… 판치는 불법)이 활용된 '화성 니코틴 살인사건' 첫 재판이 14일 열린다. 모든 피고인이 대법원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난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2016년)', '신혼여행 니코틴 살인사건(2017년)'과 무엇이 같고 다를까.
이번 사건은 사망에 이른 피해자 몸 속 고농도 니코틴이 범인에 의한 것이란 점에 다툼이 없었던 신혼여행 사건보다, 니코틴 투여 등 범행 방법·장소·일시 등이 비교적 불명확했던 남양주 사건과 유사하다.
지난해 5월 27일 숨진 채 발견된 A(47)씨를 살인한 혐의(2021년 12월 1일자 1면 보도=니코틴 중독으로 숨진 남편… 아내가 음료에 몰래 넣었나)로 구속기소된 아내 B(38)씨의 첫 공판이 14일 오전 수원지법 형사13부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경찰은 '급성 니코틴 중독'이라는 사인과 A씨의 사망 전날 "(아내가 만들어 준)미숫가루와 햄버거가 잘못된 것 같다"는 진술, 수사 결과 자살 가능성이 낮았던 점 등으로 B씨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검찰도 같은 혐의로 이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시신 발견 장소가 당시 A씨, B씨, 8살배기 자녀만 있었던 화성시 자택이란 점 외에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고농도 니코틴을 A씨에게 투여했는지 확인된 건 없다. 경찰 판단과 반대로 A씨가 스스로 니코틴을 투여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6년 전 발생한 남양주 사건도 사망 경위가 명확히 특정되진 않았었다. 사망한 C(당시 53세)씨와 아내 D(당시 47세)씨 그리고 장애가 있는 자녀 1명만 함께였던 남양주 자택에서 지난 2016년 4월 22일 오후 7시28분부터 10시5분 사이 C씨가 니코틴 중독으로 숨졌다는 사실 이외 구체적 범행 방법 등은 밝혀진 게 없었다.
이에 D씨 측 변호인이 당시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의정부지법 2016고합419)에 대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을 만큼 증명됐다고 볼 수 없고 피해자의 자연사나 자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항소했지만 항소심(서울고법 2017노2765)은 물론 상고심(대법원 2018도11514) 재판부 모두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공소 제기된 범죄 성격(살인 등)에 비춰 그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적시하면 충분하고, (범행 경위가)일부 불명확하더라도 함께 적시된 사항들에 의해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으면서 피고인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당시 상고심 재판부가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주된 이유다.
살인이란 중대 범죄는 범행 경위가 자세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사망이란 결과가 다른 원인이 아닌 살해 의사를 가진 피고인에 의한 것이란 점을 식별할 만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지면 유죄로 판단하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화성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 B씨가 현재까지 범행을 부인하는 걸로 알려졌다. 과거 A씨의 관련 징후 등에 따라 자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A씨가 숨지기 전날 방문한 병원에서 의료 사고가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 수사를 맡았던 화성서부경찰서 관계자는 "A씨에게 특별한 개인적 문제나 기저질환 등이 없어 자살, 자연사 가능성이 적었던 반면 B씨의 자신과 A씨에 대한 흡연 여부 진술 등을 번복한 점에 고농도 니코틴 용액이 활용된 살인사건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해 11월 29일 공소장을 접수하고 난 12월 31일 재판부에 추가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