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의 인천물류 톺아보기

[정운의 인천물류 톺아보기 #18] 탄소 배출 줄이는 '연안 해운 물류'

입력 2022-01-15 10:43 수정 2024-10-16 18:51
# '톺아보다'는 '샅샅이 훑어가며 살피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입니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 있는 물류 거점 도시입니다. 인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물류 관련 활동을 '키워드' 중심으로 톺아보겠습니다.

화물이 이동할 때 탄소가 발생합니다. 운송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철도, 선박, 항공기 등입니다. 이들 운송 수단을 움직이는 데에는 연료가 필요하고, 이는 탄소 배출로 이어집니다. 한 화물이 움직인 거리 등을 종합해 탄소 배출의 양을 나타내는 것을 '탄소발자국'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법은 화물의 이동 거리를 줄이거나, 화물이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연료의 양을 줄이면 됩니다. 이는 운송 수단과 연결됩니다. 같은 화물을 같은 거리로 운송했다고 하더라도 운송 수단마다 연료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Q. 국내 화물 운송은 주로 어떤 수단을 이용하나요?
A. 국내를 오가는 화물의 90% 이상이 자동차를 통해 운송됩니다. 국토교통부는 국내 화물 수송량과 운송 수단별로 분담률을 조사합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공로(도로)를 통한 화물 운송 비중은 90%를 넘었습니다. 2016년 91.3%에서 2019년 92.6%로 소폭이지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공로를 통한 화물 운송은 트럭이 활용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2019년 공로를 통한 화물 운송량은 18억4천724만t입니다. 그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단은 해운입니다. 2016년 6.7%에서 2019년 6.0%로 소폭 줄었습니다. 철도가 1%대 분담률을 기록했으며, 항공 부문은 0.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수출입 화물은 무게를 기준으로 했을 때 99%가 선박을 통해 운송됩니다. 이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은 휴전선으로 막혀 있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입니다.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올 때, 국내에서 외국으로 보낼 때 대부분 선박이 활용됩니다. 일부는 항공기로 운송됩니다. 국내 항만에 도착한 화물은 대부분 트럭을 통해 목적지로 간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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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화물을 운송할 때 공로(도로)를 이용한 비율은 90%를 넘는다. 해운과 철도, 항공을 모두 합해도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 제공

Q. 화물 운송에 도로가 많이 활용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화물을 운송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는 비용입니다. 또 고려하는 요소는 운송 시간입니다.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운송할 수 있는 수단을 찾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트럭은 좋은 방법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넓지 않습니다. 육상 운송을 활용해도 6시간 안팎이면 국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도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도로를 통한 운송은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선박과 철도는 단위 화물당 운송료는 더 저렴하지만,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철도나 선박은 목적지 근처까지 갈 수 있지만, 목적지인 물류센터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트럭에 화물을 옮기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 때문에 도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항공 운송은 가장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운송료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빠르다는 항공 운송의 장점이 빛을 발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제주도를 비롯한 많은 섬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정 화물은 선박을 통한 운송이 불가피합니다. 이러한 부분이 철도 운송보다 선박 운송의 비중이 높게 나오는 이유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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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 전국 수출입 컨테이너들이 이곳에 모여든다. 항만과 동일한 컨테이너 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다. /경인일보 DB

Q. 도로를 통한 운송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A. 도로 운송은 비교적 빠르게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화물을 옮겨 싣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하기도 합니다. 선박과 철도를 병행하는 것보다 운송 비용이 비싼 것은 단점입니다.

사회적으로는 도로 운송의 단점이 많습니다.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도로 운송은 가장 친환경적이지 않은 운송 방법입니다.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무게의 화물을 같은 거리를 운송한다고 했을 때 탄소 배출량은 항공기, 차량, 철도, 선박 순으로 많습니다. 국내에서 항공 운송 비율은 극히 낮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트럭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방식이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셈입니다.

도로 운송은 또 다른 단점이 있습니다. 트럭이 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도로의 파손이 빨라집니다. 또 많은 트럭의 운행으로 도로 정체가 심해지는 등 교통 혼잡 비용이 발생합니다. 교통 혼잡은 운전 시간과 연료 소모량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도로 운송이 줄어들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국내 교통사고 중 화물차와 연관된 비율은 20%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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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했을 때 경기도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트럭들이 요소수를 주입하기 위해 줄 서 있다./경인일보 DB

Q.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선박 운송을 늘릴 방법은 없나요?

A.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천항과 부산항을 오가는 컨테이너선이 있었습니다. 두 도시의 앞글자를 따서 '인부선'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지금은 운항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부선을 이용하는 화주가 많지 않다 보니 선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좋지 않아 운항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인부선과 비슷한 형태의 정기 항로를 운영하는 것이 탄소 배출을 줄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화주들의 선박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당장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 선사가 선박을 투입하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물동량이 확보되어야 항로 운영이 원활해지는데, 이를 정책적 지원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잠재 수요는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인천항은 국내 연안 운송 분야에서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인천을 비롯해 수도권에는 제조업 단지가 밀집해 있습니다. 인천에는 남동·부평·주안국가산업단지, 경기도에는 시화국가산업단지 등이 있습니다. 이들 산단 입주 기업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화물을 수출할 때는 대부분 부산항을 이용합니다. 부품 등을 수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천항은 미국 항로 1개만 개설돼 있어, 기업이 이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수도권 기업이 수출입 화물을 부산항으로 옮길 때 트럭이 아닌 선박을 이용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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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운항을 시작한 비욘드 트러스트호. 이 선박은 인천~제주를 주 3회 왕복하며, 연간 100만t 의 화물을 운송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인일보 DB


 

Q. 국내에서 선박을 통해 운송되는 화물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섬 지역을 오가는 화물이 있습니다. 2021년 12월 인천과 제주도를 오가는 카페리 '비욘드 트러스트'호가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이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 '하이덱스스토리지'는 연간 100만t의 화물을 운송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감귤과 삼다수 등을 실어 수도권으로 보내고, 인천에서는 건축 자재 등을 제주도로 운송한다는 계획입니다. 비욘드 트러스트호 운항으로 일부 도로 운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욘드 트러스트호 운항 이전에는 삼다수 등을 내륙으로 공급할 때 제주도에서 목포항으로 보낸 뒤 이를 수도권으로 옮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류도 연안 해운 주요 품목입니다. 중동과 같은 산유국에서 원유를 실은 유조선은 주로 울산이나 여수항으로 향합니다. 이곳에서 원유를 하역한 뒤 일부가 인천에 있는 SK인천석유화학 부두 등으로 옵니다. 이 때문에 인천항 벌크화물을 국가별로 구분했을 때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국내 다른 항만'입니다. 종류별로 보면 유류가 약 35%, 모래 약 30%, 시멘트 18% 정도입니다. 대부분 원자재와 원료 화물이며, 소비재 비율은 극히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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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바다에서 유조선 'ST.KATHARINEN'호가 오른쪽에 있는 돌핀 부두에 접안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 DB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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