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20여 년간 감자탕집을 운영해온 A(62)씨는 최근 한 특허사무소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가게를 처음 열 때부터 사용한 간판 이름을 맘대로 쓸 수 없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A씨는 간판만 달았을 뿐 상호에 대한 상표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사이 누군가가 상표권을 먼저 등록해 권리를 가져갔고, A씨는 가게 이름을 바꾸거나 사용료를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A씨는 결국 20여 년 동안 사용해온 가게 이름을 바꿨다.
그는 "먹고 살기 바빠 상표권 등록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며 "가게 이름을 그대로 쓰려면 돈을 내거나 법적 소송으로 가야 해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간판을 바꾸니 가게가 없어진 줄 아는 손님도 있다. 새로운 이름으로 명성을 다시 쌓으려면 시간이 걸릴 거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제2의 덮죽 사태' 상표분쟁 예방
특허출원 등 비용 지급·컨설팅도
표절과 상표·특허 피해에 노출된 소상공인을 위해 인천지식재산센터가 나선다.
인천지식재산센터는 올해 신규 사업으로 '소상공인 지식재산(IP) 역량 강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소상공인·자영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IP 역량 강화 사업은 올해가 처음이다. 특허청 예산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경북 포항 덮죽집 상표권 논쟁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포항 덮죽집은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와 시청자에게 인지도를 확보한 식당이다. 방송 이후 몇몇 개인과 프랜차이즈 업체가 포항 덮죽집과 유사한 상표를 먼저 출원하면서 해당 식당은 덮죽에 대한 권리를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상표권에 대한 법적 공방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영세 상인 레시피 개발 '패키지'
'권리 확보' 사업 핵심 적극 지원
이번 사업의 핵심은 '소상공인의 권리 확보'에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가게 명칭이나 메뉴 이름에 대한 상표 출원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게 인천지식재산센터 설명이다.
센터는 상표·특허 출원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 60만원까지 지원해 권리 획득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상담·컨설팅 등을 병행하며 IP 권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센터는 소상공인 IP창출 종합 패키지 사업으로 영세 상인들의 브랜드·레시피 개발에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특허·출원까지 연계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김면복 인천지식재산센터장은 "상표 분쟁은 누구나 언제든 당할 수 있는 일이다. SNS 등 온라인이 활성화된 요즘은 검색만 하면 상표를 손쉽게 뺏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의 IP 역량 강화를 위해 센터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