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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들의 형사·수사부서 기피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대규모 택지 개발과 인구 유입 등으로 치안 수요가 많이 증가한 지역의 관할 경찰서에서는 이런 기류가 더욱 강하다.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연합뉴스

 

"한창 사명감 넘치는 시기에 형사과에 온 젊은 경찰들이 1~2년이면 지쳐서 다른 부서로 옮길 생각부터 합니다."

인천의 한 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소속인 A경찰관은 "자전거 도둑을 언제 잡느냐는 등 자신이 신고한 사건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하루가 멀다 하게 전화를 거는 민원인들도 있다"면서 "살인·강도 등 강력사건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절도나 재물손괴 등의 신고가 빈번한 데다 수사를 재촉하는 민원인들의 항의도 잦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경찰관들의 형사·수사부서 기피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대규모 택지 개발과 인구 유입 등으로 치안 수요가 많이 증가한 지역의 관할 경찰서에서는 이런 기류가 더욱 강하다.

A경찰관은 "사건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인력은 그대로여서 수사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다"며 "제대로 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찰청은 형사과와 수사과를 각각 2개 이상 부서로 분리하는 방안을 전국 34개 경찰서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사건 종결권을 갖게 되는 등 형사·수사과장의 통솔 범위가 확대되면서 이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 책임 있는 수사를 하겠다는 취지다.

인천에서는 서부경찰서와 미추홀경찰서 등 2곳이 2월 중순부터 이 같은 분과 개편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과장만 1명 늘려 인력부족 외면"
경제·사이버범죄팀 통합도 반발
"성격 전혀 달라… 혼란 생길 것"


경찰청의 이번 방침에 대해 형사·수사 부서 소속의 일선 경찰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부경찰서 강력팀 소속 B경찰관은 "인구가 많고 지역도 넓은 서구에서 밤에 여러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면 일일이 대응하기 쉽지 않다"며 "과장만 1명 늘리는 건 인력이 부족한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과는 1·2과로 나누되 지능·경제·사이버범죄팀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된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인천의 한 경찰서에서 사이버범죄를 전담하고 있는 C경찰관은 "경제범죄와 사이버범죄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경제사범 수사와 보이스피싱 수사를 같이 하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인력 충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예산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우선 상반기 동안 개편된 체제를 운영하면서 개선점을 면밀하게 평가한 뒤 현장과 소통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부경찰서와 미추홀경찰서가 시범 운영 관서로 정해진 것에 대해선 "2곳의 형사·수사부서 인력이 인천 관내 경찰서 중 가장 많고, 치안 수요(신고 접수 건수 등)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