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초반, 인천 중구 신포동과 경동에는 10여 분 거리에 소극장 5~6곳이 몰려있던 시절이 있었다.
연극이 활성화하기 이전 1974년 살롱형 소극장인 '까페 떼아트르 깐느'(용동 239-7)를 시작으로 1983년 기독병원 맞은편에 소극장 돌체, 1984년 경동예술극장, 1987년 신포아트홀, 1988년 미추홀소극장, 1990년대 배다리 예술극장 등도 잇달아 문을 열며 지역 연극이 활성화했다.
적게는 40여 명, 많게는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극장을 중심으로 지역 연극인들은 좋은 작품을 앞다퉈 올렸다. 관객들도 이런 연극인들의 노력에 화답하며 극장을 찾았다. 언제든 연극을 볼 수 있었다. 서울 대학로 못지 않은 '소극장 전성기'를 인천에서 누린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전성기는 지역 연극인들에게는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자체 소극장을 운영하는 극단도, 한 작품을 오래도록 감상할 수 있는 소극장도 흔치 않다.
1980년대 전성기 누리던 관동에 3월 개관
60석 규모 '장기 공연' 작품 완성도 높여
침체된 지역 연극계 모처럼 활기 '기대'
대학로 못지않은 전성기를 누린 인천 연극의 부활을 꿈꾸며 극단 십년후가 자체 소극장을 열기로 했다. 오는 3월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인데, 현재 공연장 등록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제반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소극장은 극단 십년후의 연습실과 대중음식점 등이 있는 건물(인천광역시 중구 관동3가 1-11) 지하에 들어선다. 120여㎡, 높이 약 3m인 이 공간에 60석 규모의 객석을 갖출 예정이다.
십년후가 자체 소극장을 갖추려는 이유는 장기 공연을 하고 싶어서다. 지역에 연극을 올릴 수 있는 소극장과 같은 인프라가 부족한데, 공공이 운영하는 극장은 장기 대관이 힘들다 보니 2~3개월 동안 어렵게 준비해서 만든 작품을 사나흘의 공연만 선보이고 끝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는 것이 십년후의 설명이다.

송용일 십년후 대표는 "수개월에 걸쳐 준비한 작품이 단 몇 차례의 공연으로 휘발돼버리고 마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면서 "연극은 최소 3개월은 작품과 관객이 만나야 비로소 완벽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는 생각인데 최소 1개월 이상 장기 공연을 올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십년후가 소극장 문을 여는 곳 인근에는 극단 다락의 소극장 '떼아뜨르 다락'이 운영 중인데, 이 일대에 소극장이 추가로 들어선다면 침체한 지역 연극계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