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자, 영토를 잃은 우크라이나는 이에 맞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EU(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해왔다. 러시아가 무력으로 저지하려 하자 미국이 막고 나서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에 두 나라의 무력과 병력이 집결하고 있다.
전쟁은 이미 은밀하게 시작됐다. 지난 14일 우크라이나의 7개 부처와 국가 응급서비스 등 70여 개 정부 웹사이트가 해킹으로 먹통이 됐다. 사이트 화면엔 "최악을 내다보고 두려워하라"는 섬뜩한 문구가 게시됐다. 우크라이나는 며칠 뒤 "모든 증거가 해킹 공격 배후로 러시아를 가리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실이라면 러시아는 선전포고 없이 사이버 전쟁을 개전한 것이다. 2015, 2016년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으로 의심되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었던 우크라이나의 심리적 공포는 극심할 수밖에 없다. 전쟁을 앞둔 국민의 대응도 분열할 수 있다.
사이버 전쟁이 무서운 것은 심리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컴퓨터 악성 코드로 원자력 발전소의 핵연료 냉각시설 작동을 멈추면 핵미사일 발사와 같은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여전히 출처가 불분명한 악성 코드 '스턱스넷'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파괴한 때가 10여 년 전인 2010년의 일이다. 전력망 붕괴, 전략무기 네트워크 파괴, 금융 전산망 중단 중 하나만 발생해도 한 나라의 국력은 초토화된다.
문제는 북한이 사이버 전력 강대국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일찌감치 사이버 전력을 양성해왔다. 북한 정찰총국 산하의 해커 조직 '김수키'가 대표적이다. 한국형 전투기를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국산 잠수함 등 함정 건조 업체 대우조선해양, 원전기술의 보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모두 북한 해커 조직에 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검색창엔 북한의 눈부신 사이버 테러 전적이 줄줄이 뜬다. 지난해에만 해킹으로 챙긴 돈이 4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고, 사이버 보안이 취약한 국가와 민간기업은 북한의 현금 지갑으로 전락했다.
고도의 정보화 국가인 대한민국은 북한의 사이버 전력에 취약하다. 억지력이 충분한지 걱정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 웹사이트를 장악해 개전을 선포할 경우 지금처럼 절반으로 분열된 민심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도 두렵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