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옥란씨. /최진경씨 제공 |
"엄마는 가방 속에 항상 사탕과 껌, 음료수를 넣고 다녔어요. 시장에서 할머니에게 물건을 사거나,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를 만날 때마다 먹을거리를 나눠주시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빼놓지 않으셨어요. 본인보다 가족과 이웃을 위해 살았던 분입니다."
최진경(42)씨는 힘든 시기 남매를 키우면서도 항상 다정했고, 삶에 열정적이었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고 박옥란(1949년 6월16일~2022년 1월18일)씨는 충청남도 아산시 온양에서 태어났다. 친척이 살던 인천으로 상경한 그는 인천전신전화국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퇴직 이후 용현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면서 장녀 최진경씨와 둘째 아들 최진성(38)씨를 홀로 키웠다.
장사를 그만두고선 독서치료사 자격증을 획득해 10여 년간 화도진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녹음을, 요양병원에서 어르신을 위해 낭독 봉사를 했다. 남는 시간에는 하모니카와 우쿨렐레를 연주하거나 탁구를 치는 활동을 좋아했다. 글 쓰는 활동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고깃집하며 홀로 두 남매 키워
10여년간 장애인 등 위해 봉사
"항상 모든 사람에 따뜻했던 분"
고인은 평소 남매의 우애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엄마가 없으면 누나가 엄마니까 잘 따라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손주들에게는 다정한 할머니였다. TV를 보다가 손주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이 나오면, 항상 조리법을 적어놨다가 손수 만들어줬다. 손주들도 할머니가 만든 궁중떡볶이와 볶음밥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평소 건강했던 박옥란씨는 가족들과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갖지 못하고 지난 18일 영면에 들었다. 유품을 정리하던 남매는 고인이 휴대폰으로 흉터 제거용 연고를 검색했던 것을 확인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얼마 전 집안일을 하다가 손을 덴 딸이 걱정돼 찾아봤던 것이다.
최진경씨는 "살갑지 못한 성격이라 그동안 직접 엄마에게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항상 모든 사람에게 따뜻했던 엄마가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이어 "다시 만나면 손이라도 제대로 잡아주고 꼭 한번 안아주고 싶다"고 그리움을 표현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 경인일보와 인천시가 평범한 일반 시민의 삶과 추억을 신문 지면의 추모기사에 담아 간직할 수 있도록 '추모기사 게재사업' 공동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인의 넋을 추모하고 유족에게 특별하고 뜻깊은 마지막 추억을 선사하고자 하는 추모기사 캠페인은 인천에서 살았거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특별한 인연·추억이 있는 연고자라면 누구나 게재 대상입니다. 인천시 홈페이지 추모기사 신청 코너(www.incheon.go.kr/welfare/WE010317)에서 신청하면 됩니다.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