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법원의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판부 구성원이 교체되면 새롭게 자리를 옮긴 법관들은 이전 재판부에서 진행한 사건의 서면 자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살펴야 한다. 이런 이유 탓에 재판부에서 사건을 파악하느라 시간이 지연되거나 법관들이 복잡한 사건을 후임자에게 미루는 등 매년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지방법원 부장판사 및 일선 판사 정기 인사는 4일 오후 단행될 예정이다. 통상 법관은 2년에 한 번 임지를 옮기는데, 보직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에 한 번 바뀐다.
법관 정기인사 오늘 오후 단행 예정
재판부 교체땐 사건 파악 시간 소요
수원지법도 이번 정기 인사에서 일부 재판부 구성원이 교체될 전망이다. 대상으로는 형사 11부와 15부 등이 거론됐다. 이 중 형사11부에는 각종 집중 심리 사건들이 배당돼 있다.
일례로 수원지법 형사11부에서는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는 은수미 시장과 관련한 성남시 비리 사건, 2조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암호화폐거래소 브이글로벌 운영진 등에 대한 심리가 진행 중이다.
후임자에 사건 미루는 등 '악순환'
"영문도 모른채 길어져 답답" 호소
이를 두고 자칫 심리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원의 한 변호사는 "매번 2월 셋째 주면 법관 인사가 났고 그 다음 주는 재판이 없다시피 했다. 12월 기소된 사건은 법관 인사 이전에 선고가 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 대상에 오른 법관이라면 대다수는 선고를 인사 이후인 3월까지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의 또 다른 변호사도 "재판부 인식에 따라 심리에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고 속행 공판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첫 공판이 열린 사건들은 속행 공판 중 재판부가 바뀔 것으로 예상돼 우려되는 부분들도 없지 않다"고 했다.
이러한 경향은 민사 및 행정 소송 등에서 두드러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대체로 구속 사건인 형사 재판에서는 심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적다"며 "전체적으로 큰 변동은 없으나 인사철이면 심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오히려 재판부가 바뀌기 전 선고를 끝내려는 법관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심리가 지연된 데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사건이 접수된 지 1년이 넘도록 민사 소송 선고를 기다려왔다는 배모씨는 "1월에 선고가 나야 할 재판이었는데 갑자기 기일이 3월로 변경됐다"며 "영문도 모른 채 심리가 길어져서 답답하다"고 전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