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숨은보석 핫플을 찾아서

[우리동네 숨은보석 핫플을 찾아서·(10)] 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양조장… 손때 묻은 뒷골목 인증숏 명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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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헌책방거리를 거닐다 마주한 헌책들. 창문 앞까지 쌓여있는 책들이 헌책방거리만의 감성을 보여준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도깨비촬영지#극한직업#뮤직비디오

포털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인천 배다리' 혹은 '배다리마을'을 검색하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해시태그다.

배다리가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인천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고 있다. 배다리는 유명 영화·드라마의 촬영 명소일 뿐 아니라 인천의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금곡·창영동 옛 바닷물에 배대는 다리서 유래
개항후 일제강점기 당시 인천의 '핫플레이스'
1980년대 이후 인구감소·노후화 구도심 쇠퇴


배다리는 인천 동구 금곡동과 창영동 일대를 아우르는 지명이다. 개항 이전 마을 입구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배를 댈 수 있는 다리가 놓여 있었다는 데에서 유래한 명칭이라고 한다.



1883년 인천항 개항으로 중구 일대 청나라와 일본인 조계지가 만들어지면서 개항장에서 밀려난 조선인들은 배다리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

1899년 경인전철이 개통되고, 일제강점기 시절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배다리를 비롯한 지금의 동구 일대는 성냥, 간장, 고무 등 생필품을 만드는 공장들이 들어섰다.

교통망이 뚫리고 일할 곳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이 모였다. 돈을 벌기 위해 모인 이들은 마을을 이루었고, 배다리시장이 생겼으며 인천 최초의 공립보통학교인 창영초등학교와 국내 최초의 근대식 사립학교인 영화초등학교도 세워졌다. 지금으로 치면 배다리는 인천의 '핫플레이스'였던 셈이다.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배다리는 도심이 노후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떠나갔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마을이 구도심으로 쇠퇴했다.

썰렁했던 구도심 배다리는 이곳에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많은 사람이 다시 북적이는 곳으로 바뀌었다. 오랜 기간 동네를 지키던 헌책방과 양조장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다시 '핫플레이스'로 주목을 받게 됐다.

영화·드라마 촬영 유명세… SNS 타고 재조명
'인천문화양조장' 주민 마을공동체 공간으로
'동성한의원' 뜨개공방 등 문화상점 5곳 입주

배다리의 가장 유명한 장소는 헌책방거리다. 1950년대 전쟁 이후 손수레에 책을 쌓아 팔던 행상들이 배다리로 모이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헌책방거리는 배다리를 상징하는 장소가 됐다. 1970년대에는 30개가 넘었던 이 일대 헌책방은 1980년대 후반부터 침체기에 빠지면서 현재는 5곳만 남아 운영되고 있다.

경인전철이 지나는 철교 아래를 건너면 배다리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인 '집현전'이 있다.

지난 3일 방문한 집현전은 좁은 입구부터 책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입구부터 '이달의 도서'나 '베스트 셀러' 등이 진열돼 있고, 각종 홍보문구가 가득한 새 책을 파는 일반 서점과는 다른 분위기다. 사람들이 손때가 묻은 책을 아무런 편견 없이 제목만 보고 마음 가는 대로 꺼내 읽다 보면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현재 집현전을 운영하는 이상봉 대표는 "헌책방에서 책을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책 기획전'을 여는 전시공간을 책방 내에 마련하는 등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핫플] 인천문화양조장 2층
인천문화양조장 2층에 위치한 고두밥실. '고두밥실'은 막걸리 생산에 필요한 '고두밥'을 짓고 발효하는 공간이었다. 지금은 배다리를 찾는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한미서점' 앞 삼거리에서 창영초등학교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인천문화양조장'이 있다. 이곳은 건물이 세워진 1926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인천을 대표하는 막걸리인 '소성주'를 만들던 공장이다.

인천문화양조장은 현재 인천 문화예술단체와 배다리 주민들, 학생들이 활동하는 마을공동체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예전 막걸리를 만들던 흔적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인천문화양조장에 들어서자 초등학생들이 그린 그림이 눈에 띄었다. 인천 서흥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그린 '마을창작동화'로, 배다리와 송현근린공원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양조장이 가동되던 시절,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우물이 있던 이 공간은 이제 학생들과 주민들의 전시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2층에 올라가 '고두밥실'이라고 적힌 문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막걸리를 생산할 당시 술의 재료가 되는 '고두밥'을 지어 발효하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연탄난로와 나무책상, 나무의자 등이 놓여 있어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무의자에 잠시 앉았더니 경인전철이 지나는 소리가 들렸다. 오래된 건물 안에서 열차소리를 들으니 잠시나마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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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상점 동성한의원. 1973년 세워진 이 건물은 오랫동안 배다리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한의원으로 운영되다가 지난해 7월부터 나비날다책방 등 5개의 문화상점이 입주해 배다리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마을공동체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양조장을 나와 창영초등학교 방향으로 몇 걸음을 옮기자 고풍스러운 느낌의 붉은 벽돌 위에 '동성한의원'이라는 글자가 적힌 2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1973년 지어진 이 건물은 한의원으로 쓰이다가 지난해 7월 '문화상점 동성한의원'으로 재탄생했다.

현재 이 건물에는 나비날다책방을 비롯한 5개의 상점이 입주해있다.

버려진 가구나 플라스틱, 끈 등을 이용해 빈티지 소품을 판매하는 뜨개공방 '실꽃',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씨앗과 식물로 마음 처방을 해주는 식물가게 '뒤뜨레', 건강한 빵을 만드는 '지유오븐', 일상의 쓰레기를 줄이는 캠페인을 하며 친환경 제품을 파는 제로웨이스트숍 '슬로슬로' 등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여유를 갖고, 친환경을 실천하는 가게를 지향하며 모였다고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마음을 내려놓고 쉬어갈 수 있는 배다리의 휴식공간이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청산별곡(활동명) 대표는 문화상점을 단순히 관광을 위한 공간이 아닌, 배다리가 간직하고 있는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마을공동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는 "서로 나누고 도우며 살아온 배다리 마을 주민들의 가치를 이곳 문화상점을 통해 이어가고,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공유하려고 한다"며 "배다리에 오셔서 따뜻한 정과 나눔을 많이 느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연중기획은 코로나19 방역을 철저히 지키며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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