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질병은 일을 하다 재난·재해로 죽거나 다치는 업무상사고와 달리, 부상을 원인으로 발병하거나 업무수행 과정에 신체에 부담을 주거나 화학물질에 노출돼 발생한 질병 등을 의미한다.
경기도 노동자 중 업무상질병을 인정받는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근로복지공단의 '오락가락' 업무상질병 판정에 시름하는 도내 노동자들도 지속 증가하는 게 현실이다.
입증책임 근로복지공단으로 변경
'의견 공개요청' 비실명으로 제공
7일 경기도와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도내 업무상질병 재해자는 1천442명에서 2천695명으로 1.9배 가까이 증가했다. 업종별로 제조업이 941명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업(485명), 운수·창고·통신업(173명) 등이 뒤를 이었다. → 표 참조
이는 산업재해 입증 책임을 신청인(노동자)이 온전히 짊어져야 했던 기존과 달리, 문재인 정부 들어 일정요건을 충족할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입증하도록 바뀌었고 과로 관련 산재인정 기준 역시 완화된 덕에 업무상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비율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판정기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판정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지적이 노동계뿐 아니라 위원회 내부에서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산업재해보상 법규를 근거로 제정한 공단 내부 운영 규정에 따라 기능한다.
경인,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지역에 각 지역위원회를 뒀고 판정위원은 직군별로 변호사, 공인노무사, 의사, 산재전문가, 인간공학·산업위생 전문가 등 총 608명이다. 위원 명단은 공개하고 있으나 각 지역 위원회의 사건을 판정한 위원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는 당사자가 공개 요청을 해도 비실명으로 제공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각 위원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를 비공개하는 탓에 위원들이 신청인 혹은 사용자 측 의견만을 고려해 편향 판정을 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을 불식하기 어렵다.
특히 임상의사를 판정위원회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위원회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임상의사의 경우 업무상질병 관련 연구에 초점을 맞춘 직업환경전문의와 달리, 각 질병과 작업환경의 연관성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 쉽게 말해 노동자의 병증이 작업환경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어야만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하는 식이다.
내부에서는 '임상의사 제외' 주장
작업환경 연관성 있어야 인정 탓
공단 "배제하거나 경중 두지않아"
이 때문에 내부에서도 임상의사들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와 어긋나게 일하다 병에 걸린 노동자를 과학적 인과 관계로만 주로 판단하면서 판정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질병판정위원(변호사)은 "기존의 질병판정위원회로는 업무상질병 판정이 어렵다는 인식이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다"며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법원은 인정하는 반면 판정위원들 중에서도 임상의사들은 그 가능성 때문에 업무상질병이 아니라고 판정하고 있어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의견을 내고 검토하기 때문에 각 위원들의 의견을 판정에서 배제하거나 경중을 두지 않고 판단하는 방식"이라며 "위원회 판정에 불복할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 심사위원회에 심사와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으며, 바로 불승인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통해 판단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