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화장실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해 구속기소 된 안양의 초등학교 교장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1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교장 A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18일 오전 9시30분께 안양여성의전화 불법 촬영 가해자 엄벌 촉구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2022.2.18 /안양여성의전화제공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자신의 성욕을 만족하기 위해 화장실에 침입해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학교 교장임에도 교사와 학생의 신뢰를 저버렸고 사건 범행이 발각되면서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물을 훼손하는 등 범행 이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점, 교육자로서 성실히 근무해 온 점을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판부 선고 이후 교직원 단체와 여성 단체들은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학교 내 성범죄는 다른 것보다도 더 엄격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기교사 노조는 학교 교장으로서 교직원과 학생을 보호하고 감독해야 할 지위에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성한 배움의 장소인 학교에서 교직원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징역 2년이 선고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안양여성의전화 관계자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에 해당하는 양형 기준인 5년 이하의 징역(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판결이었다"며 "안양여성의전화 및 안양여성연대, 경기여성단체연합, 안양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심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18일 오전 9시30분께 안양여성의 전화 회원들이 수원지법 안양지원 정문 아페서 불법 촬영 가해자 엄벌 촉구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2022.2.18 /안양여성의전화 제공
이어 "이 사건 이후 피해자들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가해 교장이 범죄를 저지른 학교는 사회적 신뢰를 잃어버리고 공동체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늘 1심 재판부의 성평등 정의를 외면한 판결로 권력 관계가 선명한 싸움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용기 내 성범죄를 신고하고 사회 정의를 이루고자 했던 피해자들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 단체들은 이날 오전 선고가 있기 전 수원지법 안양지원 정문 앞에서 불법 촬영 가해자 엄벌 촉구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10월 26∼27일께 여성을 촬영할 목적으로 학교 여자 교직원 화장실에 들어가 카메라를 설치한 휴지 박스를 좌변기 위에 올려놓은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해 6∼10월께는 21차례에 걸쳐 회의용 테이블 밑에 동영상 촬영 모드를 켜둔 휴대전화를 몰래 설치해 교직원의 신체 부위를 촬영한 혐의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