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 지식재산제도를 악용하는 자, 상표브로커와 특허괴물

입력 2022-03-01 19:42 수정 2022-03-02 11:21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3-02 18면
김면복-인천상공회의소.jpg
김면복 인천상공회의소 인천지식재산센터장
8년 전 전지현과 김수현 주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첫눈 오는 날엔 치킨에 맥주인데…"라는 명대사와 함께 국내 외식·화장품 등이 중국에 대거 진출할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중국 상표브로커가 한국 브랜드들을 선점한 탓에 중국 진출이 가로막힌 국내 기업에는 아픈 상처만 남았다. 최근 개그맨 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국 상표 브로커를 혼내주는 변리사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상표브로커가 다시 화제가 됐다(방송 직후 인천지식재산센터에도 관련 문의가 쇄도했다).

얼마 전에는 삼성전자 임원이 퇴직 후 특허관리전문회사(NPE: Non-Practicing Entities)를 설립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해 이슈가 되며 '특허괴물(Patent Troll)'도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상표브로커와 특허괴물은 제품 생산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이익을 취한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는데, 최근 관심에 힘입어 상표브로커와 특허괴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볼까 한다.

상표브로커란 미등록상표를 선점하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자를 말한다. 누군가가 유명 업체의 상표가 등록돼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상표를 출원해 등록받은 후 정당한 권리자에게 로열티를 요구하는 사례를 뉴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상표브로커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 무효심판이나 취소심판을 청구해 상표브로커의 권리를 무력화할 수도 있고 선사용권을 주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상표권 침해를 벗어나는 방법이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각 사유에 관한 구성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또 최종적인 심판·재판 결과를 얻을 때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은 경영에 지장을 받게 된다.



특허괴물이라는 용어는 1998년에 처음 사용돼 현재는 상식이 될 정도로 뉴스나 신문 등의 매체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특허괴물은 특허관리전문회사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한 용어다. 특허 매집을 통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뒤 제품을 생산하지도 않으면서 합의금을 목적으로 기업을 공격해 이득을 취하는 회사를 일컫는 말이다. 특허괴물로부터 특허 공격을 받는 기업이 풀어야 할 문제의 난이도는 일반적인 제조업체로부터 특허 공격을 받는 경우보다 훨씬 높다. 그 이유는 특허괴물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허 공격을 받은 기업은 자신의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역공격할 수 있다. 역공격을 통한 협상도 분쟁대응전략 중 하나인데, 이런 전략은 특허괴물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지식재산 제도를 악용하는 상표브로커와 특허괴물을 제재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외관상 정당한 권리행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규제가 쉽지 않다. 상표브로커나 특허괴물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지 않은 상표라고 하더라도 향후 사용 계획이 있어 미리 상표를 선점하는 것도 허용돼 문제가 되지 않는데, 정당한 상표 선점 행위도 상표브로커의 선점 행위와 외형상 큰 차이가 없다.

대학교의 산학협력단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도 일종의 특허관리전문회사에 해당하는데 이들의 정당한 권리행사와 특허괴물의 권리행사는 외형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나아가 특정인이 명백히 특허괴물이나 상표브로커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그의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다 지식재산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표브로커가 상표를 무단 선점하게 되면 대응이 어려우므로 기업은 항상 상표권 출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해외진출 계획이 있는 기업은 해외출원은 물론이고, 한국어뿐만 아니라 진출 예정 국가의 언어로 된 상표를 추가로 출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을 공격해 로열티를 요구하던 특허괴물은 점차 공격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대기업조차도 특허괴물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은데 중소기업이 특허괴물의 공격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소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식재산 전담인력과 지식재산 전담조직을 확보해 분쟁 예방·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겸임인력이라도 두고 지식재산 직무교육을 시행해 최소한의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김면복 인천상공회의소 인천지식재산센터장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