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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경기] 여주시가 보여준 인구감소 시대 '지자체 생존전략'

지방소멸 패러다임, '정주인구' 아닌 '경제활동인구'로 바꾸다

하동제일시장 이항진시장
여주시 하동 제일시장을 찾은 이항진 여주시장이 상인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지방소멸론'이 이슈가 된 지 오래다. 젊은이들이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중심도시로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의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수도권과 대도시 쏠림 현상'이 산업화에서 시작해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가 불러온 양극화의 부산물이라면 '지방소멸론'은 그 공급의 배후지로 전락한 지자체들의 생존에 관한 것이다.

여주시의 정책을 짚어보면서 어떻게 해야 지방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 나아가 지방과 수도권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 인구소멸 위험지역 도내 5곳




2014년 일본의 '마스다보고서'는 출생률이 최소 유지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일본의 인구는 감소하고 지방은 소멸될 것이란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일본에서 고안된 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가임기 여성인구수를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로 나눈 값으로 0.5 미만으로 내려가면 소멸위험단계로 보는데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이를 적용한 한국판 보고서에는 여주시를 다른 세 곳의 지자체와 함께 소멸위험지역으로 거론했다.

또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연평균 인구 증감률, 고령화 비율 등을 종합해 전국 89개 인구 감소지역을 지정·고시하면서 경기도내에서 가평과 연천을 꼽았고, 지난 15일 경기연구원은 도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가평, 연천에 이어 양평, 여주, 포천을 추가했다.

출렁다리 주간
여주 금은모래유원지와 신륵사관광지를 연결하는 신륵사관광지 출렁다리 조감도. /여주시 제공

정부의 의도는 '인구감소지역'을 지정·고시하고 지원하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개정하는 데에 둬 사회적인 경종을 울리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전국 89곳 지정에 여주 포함
노력 기울이는 지방정부에 '찬물'


그러나 '소멸위험지수'를 내세워 반복적으로 생산해내는 통계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각종 수도권 규제와 차별을 견디며 도농복합도시, 전원도시를 지향하며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방도시의 입장에서는 마치 그동안 노력에 대한 초라한 성적표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구감소는 전 세계가 우려하는 복합적인 인류 생존의 문제로 이를 지방소멸과 연계해서는 안 된다. 지방 소도시의 인구 감소는 교육, 의료, 생활 편의시설과 문화 인프라 그리고 일자리 등이 서울등 수도권 대도시로의 쏠림에 따른 불균형의 문제로 보아야 옳다.

■ 교육과 일자리로 여주 재구축


여주시는 민선 7기 내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집중해 왔다.

역세권 도시개발사업과 학교시설복합화사업이 대표적인 교육 및 정주 여건 개선 사업이다.

민선 7기 내내 교육 등 삶의 질 개선
계획인구·건설 예산 줄여 재원마련


이런 노력 덕분에 1966년부터 정체됐던 시 인구는 2019년 이후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그 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 역시 상대적으로 높아져 소멸위험지수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대로 간다면 언젠가 인구 12만의 여주는 사라지게 된다.
 

모든 정책의 기반이 되는 통계나 지표는 정주 인구를 기준으로 삼는다.

여주역세권 학교시설복합화 조감도
여주역세권 내 교동 493-7번지 일원에 들어설 학교시설복합화시설 조감도. /여주시 제공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도시기본계획의 계획 인구도 이 정주 인구를 말한다.

이항진 시장은 성장에 중점을 둔 낙관적인 계획인구로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도로건설 사업이 '계획인구 18만명' 시대에 맞춰져 있는데 18만명의 근거가 불명확했어요. 지금까지 가능하지도 않은 18만명을 위해 도로 예산을 퍼부어왔으니 이미 18만명이 사용하는 도로가 완비된 것이지요."

이에 불요불급한 도로 건설 예산(연 1천600억원)을 줄여 여주시는 연간 7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 정주 인구보다 경제활동인구에 주목

정주 인구보다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는 더 정확하고 세밀한 증거 기반이 필요했다.

그 하나가 경제활동인구다. 지난해 말 기준 여주 주민등록 인구수는 11만2천353명이다. 경제활동인구의 척도가 되는 사업체 수는 9천287개소다. 그 수는 코로나19 이후 더 늘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20개소의 골프장과 물류업체, 외식업체 그리고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인구는 모두 4만7천505명이다. 정주 인구에 견주면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남여주IC물류단지
'(가칭)남여주IC물류단지 조성사업'. /여주시 제공

최근에 눈길을 끈 또 다른 증거 방식은 빅데이터다. 그 시작은 코로나19가 열었다. 일자별, 지역별, 증상별 데이터와 유동인구, 카드매출, 교통카드 같은 데이터가 결합해 더 정확한 방역 대책을 수립하는 근거가 된 것이다.

이는 수도권 지역 간에 통근, 통학, 쇼핑, 여가 등을 목적으로 한 생활권이 행정 경계를 벗어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주프리미엄아울렛 역대최대 방문
소상공인 매출액 증가율 경기도 1위


지난해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방문객 수는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방문객 수를 갈아치웠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남한강과 신륵사, 세종대왕릉인 영릉에는 여전히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20개소의 골프장은 성업 중이다.

대략 손에 잡히는 통계만 어림해도 시의 유동인구는 한 달에 약 100만명, 한 해에 1천만명이 훌쩍 넘는다. 지난해 시 고용·노동지표는 전국 최상위권이며 고용률 상승률과 소상공인 매출액 증가율도 경기도 1위다.

■ 유동인구는 오래 머물고, 삶의 질은 높이고

경제활동인구 늘리기를 지역 발전의 대안으로 택하자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정주 인구의 삶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유동인구를 여주에 오래 머물게 할 정책이 필요했다. 여기에 기초한 것이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사업이다.

이는 인구감소로 촉발된 구도심 공동화 현상을 극복해 지역공동체를 되살리고, 이를 다시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유럽형 콤팩트 도시를 지향한다.

관광자원화 '유럽형 작은 도시' 지향
남여주IC물류단지 일자리 3만개 ↑


시는 낙후된 하동 제일시장과 방치돼 있던 경기실크공장 부지를 매입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드는 한편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나눠진 신도심과 구도심을 출렁다리와 문화예술교(인도교)로 연결해 삶의 질 개선과 관광을 하나로 묶었다.

각종 수도권 규제로 막힌 일자리는 교통 입지 여건을 활용해 국내 최대 남여주IC물류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약 3만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

GTX 건의문 공동서명식 가져 (1)
지난해 4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유치하기 위해 힘을 뭉친 이항진 여주시장(가운데)과 엄태준 이천시장(오른쪽), 신동헌 광주시장. /여주시 제공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여주 연장은 이 모든 계획의 효과를 배가시킨다는 점에서 GTX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도 최초로 농민수당을 지급하는가 하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전국 최초로 현장PCR검사를 시행해 시민의 안전한 일상과 경제활동을 누리게 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런 변화에는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공정한 과정이 담보돼야 한다.

시는 전례 없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반영하고 있다.

하동 제일시장 분쟁이 이해관계자 100% 동의로 합의된 것도 바로 공론화 과정을 거친 결과다.

지금은 성장과 잉여의 시대가 아니라 조정과 분담의 시대다.

차분하게 인구 감소에 따른 변화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지방도시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는 '여주'가 주목받고 있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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