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드] 2021년 인천 서구 A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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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경인일보DB
맘카페에 어린이집 이름 첫 글자만 쳐도
전체 이름이 나올 정도로
아동학대 꼬리표가 떨어지질 않아요

10개여 개월에 걸친 경찰과 검찰의 수사 끝에 아동학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인천 서구 A어린이집이 원장 B씨는 "어린이집을 다시 운영하지 못하더라도 명예는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B씨는 "저뿐만 아니라 함께 일했던 보육 교사들도 마음의 큰 상처를 받고 떠났다"며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해도 여전히 아동학대 어린이집 원장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림으로써 사건은 종결됐지만, 아동학대라고 꼬리표를 단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은 여전히 사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악몽을 꾸고 있다고 한다.

10개월 걸친 경찰·검찰 수사 끝에 '아동학대 무혐의'
어린이집 원장·교사, 사건 종결됐지만 '꼬리표' 고통

A어린이집 아동학대 논란이 벌어진 건 지난해 4월. A어린이집을 다니던 C양의 어머니 D씨가 아이를 씻기려고 보니 왼쪽 사타구니 쪽이 유난히 빨갛게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첫날은 그냥 지나쳤다가 다음날 다시 살펴보니 양쪽 사타구니 왼쪽엔 손자국, 오른쪽엔 멍 자국이 희미해져 가고 있어 일단 사진을 찍어두고 다시 다음날 병원에 찾았다. D씨는 "보육교사들이 아이의 허벅지에 멍이 든 것을 분명히 확인했을 텐데 4월 6일 집에 보내면서 부모들에게 멍이 든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어린이집 측 관계자는 "세 살의 체구가 작은 A양의 멍 자국의 크기는 짧은 사타구니와 무릎 사이의 절반가량밖에 되지 않아 손을 대봐도 어른 손으로 상처를 냈다고 보기에는 너무 작다"며 "아이의 멍이 왜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학대에 의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주장했다.

억울함을 호소해도 누구도 이해하려고 들지 않아 너무 무섭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 2달이 지난 지난해 6월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부모가 "경찰이 아동학대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려 한다"며 맘카페와 SNS에 피해를 호소했다. 맘카페와 SNS 여론은 '어린이집 아동학대'로 단정 짓고 비난을 쏟아 냈다. 충격에 빠진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시 어린이집 원장 B씨는 "억울함을 호소해도 누구도 이해하려고 들지 않아 너무 무섭다"고 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최근 인천지방경찰청이 아동복지법위반 등 혐의로 불기소(무혐의)의견으로 송치한 인천시 서구 A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 등 이 어린이집 관계자 3명 모두에게 경찰 의견대로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

검찰은 불기소이유통지문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의자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신체에 손상을 야기될만한 정도의 세기로 볼 수 없고, 그로 인하여 신체와 건강발달에 해를 끼칠 정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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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의 모습.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경인일보DB

헌법재판소는 2015년 10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대해 아동이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여 판단하는 마음의 자세나 태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이에 대하여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로서,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또는 방임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행위'를 의미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현행법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재판에서 유죄를 판결받기 전에는 무죄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열 사람의 죄를 가려내지 못하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시민을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다.

경찰 관계자들도 "범죄 정황이나 여러 증거가 확보돼 당연히 유죄가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난하고 탓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명확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거나 다툼이 여지가 있을 때에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범죄 피해가 의심되고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연히 피해 사실을 알리고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피해 사실 명확한 사실관계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 실명·상호 밝히면서까지 비난 여론 형성 '경계해야'
혐의없음으로 판명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피고소인 몫
다만, 피해 사실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 실명이나 상호를 밝히면서까지 비난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 결과 유죄로 판명된다면 피해자의 주장이 맞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겠지만, 혐의없음으로 판명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피고소인의 몫으로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사법기관에서 혐의가 없다고 해도 주위 사람들은 고발된 당사자를 범죄자로 인식을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동안 아동학대 의혹을 받아왔던 A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은 의혹을 벗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아동학대 범죄자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고 한다. B씨는 "아동학대 신고와 여론몰이로 학부모들이 동조하면서 정신적인 고통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B씨는 "맘카페에 아동학대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원아들이 하나둘 빠지기 시작했고, 결국 지난해 8월 폐원했다"며 "다시 어린이집을 운영할 생각도 없고, 설사 운영한다고 해도 너무 무서울 것 같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의 성급한 행동이
어린이집을 폐원하게 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B씨는 "경찰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줬으면 혐의가 인정되든 무혐의 처분을 받든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B씨는 "아동학대 신고 후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혐의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수만 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는 맘까페에 어린이집 실명을 공개하면서 아동학대를 기정사실로 하는 바람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며 "이 일로 저와 담임교사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했다.

B씨는 10여 년 넘게 운영해오던 어린이집을 폐원하면서 이로 인해 파산 직전에 몰렸고, 근무하던 교사들도 자리를 잃었다. 이에 대해 박미라 인천서구 민간어린이집 연합회장은 "일부 학부모의 성급한 행동이 어린이집을 폐원하게 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며 "우리의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부모와 어린이집, 지역사회가 작은 일에도 의견을 주고받고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provinc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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