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무서운 남하에 울진 초비상…진화 사투에도 불길 못 잡아

잿빛 하늘·강풍에 진화 어려움…축구장 1만4천208개 면적 잿더미

주택 193채 등 시설물 281곳 소실…산불 민가 접근에 주민 1만 명에 대피령

정전, 통신 불통, 도로 통제 등 아수라장…민가, 원전, 충전소, 금강송 숲 등 보호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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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에서 강풍을 타고 강원 삼척시 원덕읍 일대로 넘어온 산불이 5일 이틀째 확산하고 있다. 2022.3.5 /연합뉴스

경북 울진에서 4일 오전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강원 삼척으로 북상했다가 5일 다시 무서운 기세로 남하해 울진읍까지 위협하면서 진화에 초비상이 걸렸다.

산림과 소방 당국은 헬기와 지상 장비, 인력을 대거 투입해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나 강한 바람과 하늘을 뒤덮은 짙은 연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불 영향구역은 현재 약 1만145㏊로 확대됐다.

주택 193채 등 시설물 281곳이 불에 타는 등 피해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주민 대피령도 속출하고 있다.

남진하는 산불에 정전, 통신 불통, 도로 통제 등으로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당국은 울진읍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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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경북 울진군 연지리의 한 LPG 가스 충전소 인근으로 산불이 번지고 있다. 2022.3.5 /연합뉴스

◇ 짙은 연기와 강풍에 헬기도 진화 어려움

이번 불은 오후 들어 강풍을 타고 무서운 기세로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엄청난 숲을 태우면서 하늘을 뒤덮은 짙은 연기로 시야 확보가 쉽지 않고 바람이 거세 헬기를 이용한 공중 진화도 힘겨웠다.

불길은 기존 산불 영향구역을 벗어난 남쪽인 울진읍과 죽변면으로 급속도로 번지면서 산불이 근접한 마을 주민에 대피령이 이어지고 있다.

또 울진읍 가스충전소와 주유소 인근까지 불길이 번지는 등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울진군청 1∼2㎞까지 산불이 빠른 속도로 남하하고 곳곳이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연기로 뒤덮이면서 도로 곳곳이 통제됐다.

울진에는 초속 27m의 강풍이 부는 데다 짙은 연무 등으로 헬기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당국은 진화에 사투를 벌였다.

강릉 등 타지역에서 산불이 동시다발 하면서 헬기 분산으로 진화가 지연되는 것으로 보고 추가로 울진에 헬기를 투입했으나 일몰 전에 주불을 잡지는 못했다.

헬기 51대를 투입한 공중진화에도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다시 총력 진화에 나설 예정이다.

지상에는 인력 3천700여 명을 구역별로 배치해 진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상 진화 장비도 353대 동원해 민가 보호를 위한 저지선을 구축하고 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산불 남하 저지를 목표로 했지만 바람이 강하고 헬기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며 "산불이 강한 북서풍을 받아 남하한 상황이어서 울진읍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 청장은 이어 "야간 산불로 넘어갈 경우 인력을 울진읍 방어에 집중하겠다"며 "내일 아침에 대기 중인 헬기 총 51대를 일시에 투입해 내일까지 주불 진화를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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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연지리 일대에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이곳에는 가스충전소와 주유소가 있어 소방당국이 진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2022.3.5 /연합뉴스

◇ 산림 피해 규모 역대급…주택 등 시설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울진과 삼척 산불 피해 규모는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산불 영향구역은 오후 5시 기준 약 1만145㏊로 대폭 늘었다. 축구장(0.714㏊) 1만4천208개 면적에 해당한다.

울진의 영향구역이 9천489㏊, 삼척이 656㏊다.

산불 영향구역은 전날 밤 3천300㏊, 이날 오전 6천66㏊, 이날 오후 2시 8천571㏊에 이어 계속 급증하는 추세다. 주택 193채 등 시설물 281곳이 소실됐다.

산불이 울진읍 등 주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곳곳에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고 있다.

울진 읍내까지 산불이 덮쳐오자 울진군은 호월3리, 정림2리 등 울진읍 16개 마을 주민 6천500명에게 문자 등을 보내 울진국민체육센터 등으로 대피할 것을 안내했다.

대피 안내 대상 주민이 1만 명이 넘지만, 일부 지역에서 통신망이 두절된 데다 휴대전화가 없는 고령의 주민도 있어 군청 직원들이 가가호호 집을 방문해 대피를 안내했다.

실제로 대피소에 가 있는 주민 수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대략 1만 명 가까이에 이를 것으로 군은 추산한다.

불이 전기 선로를 덮치면서 이날 오후 2시 52분께 울진읍 연지리 주택 521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전 경북본부는 전날 오후 8시부터 한울원전에서 봉화, 영주로 이어지는 345kV 송전선 6개 회선 중 4개 회선을 예비적으로 차단했다.

한전 측은 "산불로 송전선이 끊길 위험이 있고 그렇게 되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산악지역을 지나는 4개 회선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7번 국도와 36번 국도 일부 구간, 해안도로 등 곳곳이 연기와 불길로 통제되고 있고 통신 불통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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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북 울진군 울진읍 온양2리 주변 산으로 불이 번지면서 차가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3.5 /연합뉴스

◇ 원전, 가스저장소, 금강소나무 숲 등 보호에도 집중

산림과 소방당국은 산불 남하 저지와 함께 원전, 가스충전소, 송전설비, 소광리 금강소나무숲 등 보호에도 집중하고 있다.

전날 밤 한울원전과 삼척 LNG 생산기지, 송전선로를 지켜낸 당국은 이날 산불 남하에 다시 원전 등 방어에 전력을 쏟고 있다.

울진읍에서는 가스충전소 인근까지 불길이 번져 헬기 등을 동원해 진화에 사활을 걸었다.

설상가상으로 충전소 바로 옆에는 농협주유소도 있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산불로 원자력발전소와 LNG 생산기지는 현재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전날 오후 산불이 초속 12∼15m 강풍을 타고 한울원전 경계선까지 넘어 당국이 바짝 긴장하기도 했고, 야간에는 불길이 북상하면서 삼척 LNG 생산기지를 위협해 밤사이 방어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산림과 소방당국은 산불 진화와 함께 원전, LNG 기지, 송전선로 주변에도 장비와 인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불을 끄고 방화선을 구축해 주요 시설을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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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산불이 지나가 경북 울진군 북면 하당리의 한 야산이 잿더미로 변해 있다. 2022.3.5 /연합뉴스

◇ 강원 곳곳 산불…도심 시커먼 연기로 뒤덮여

울진에서 번진 삼척 산불은 다시 남하하면서 다행히 확산하지는 않는 상황이나 강릉 옥계 산불이 동해까지 무섭게 집어삼키며 도심 전체를 포위할 정도로 빠르게 번지면서 주민들은 전쟁터 같은 재난에 혼비백산했다.

불이 시내 야산과 주택가까지 내려오면서 주민들은 집에 물을 끼얹으며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해시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시가지 전역에 메케한 연기, 냄새, 미세물질이 있고, 행정구역 중 산불이 붙지 않은 지역에도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강릉∼동해 구간 고속도로, 국도, 해안도로는 물론 철도까지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산림 피해면적은 강릉 옥계·동해가 450㏊, 삼척 260㏊, 영월 김삿갓면 75㏊, 강릉 성산 20㏊로 집계됐다.

재산피해는 강릉 옥계 주택 4채와 삼척 주택·군 초소 각 1채가 전소됐고, 삼척 원덕읍 고포마을회관 1층도 일부 소실됐다.

동해에서는 유명 펜션을 비롯해 묵호와 망상에서만 각각 19채와 10채가 타는 등 건물 31채가 피해를 봤다.

강릉 성산면 송암리 산불을 제외하고 강릉 옥계·동해, 삼척, 영월 모두 진화가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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