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고차 매매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그 중심지가 될 용인 고매동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경기도가 새로운 중고차 판매 거점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대기업 진출에 따른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경기 남부권 중고차 매매업계에선 시름이 깊은 모습이다.

지난 17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해당 업종을 중소기업·소상공인만 맡을 수 있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3월17일 인터넷 보도=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법적 허용'… 기존 중고차 업계 '반발'). 이로써 대기업인 완성차 업체들도 중고차 매매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첫 주자는 현대차가 될 전망이다. 앞서 현대차는 올해 초 용인시에 자동차 매매업 등록을 신고하면서, 고매동 일원에 보유한 부지와 건물을 중고차 매매에 쓰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곳은 현재 현대차가 '캐스퍼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현대차는 올 6월까지만 캐스퍼 스튜디오를 운영할 예정인데, 그 이후 이곳이 '현대차형' 중고차 매매 사업소로 본격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용인 고매동이 경기도의 중고차 판매 중심지로 거듭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중기부,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6월 이후 매매 사업소 운영 계획


용인과 멀지 않은 경기 남부권 중고차 매매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지역보다도 클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용인과 가까운 수원지역의 중고차 매매 업체들은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수원지역의 한 중고차 매매상사 대표는 "현대차는 출고 5년·10만㎞ 이내 자사 중고차만 판매하겠다는 방침인데 현대·기아 중고차만 놓고 보면 이런 차가 전체 60%에 달한다. 앞으로 우리는 노후한 차량만 팔라는 얘기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도 이런 점을 감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함께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합회는 21일 시·도 조합 전체 회의를 소집해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경기도에 본사를 둔 쌍용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연내 중고차 시장 진출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만큼 경기도가 중고차 시장 변화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경기도 중고차 매매 업계의 반발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 업계 피해 전망 '시름'
완성차업체 사업조정 심의 '변수'


이런 가운데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판매에 대한 사업 조정 심의가 남아있는 점은 변수다. 올해 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사업 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심의 결과에 따라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 역시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된다. 향후 중소기업 사업조정 심의회에서 이런 점을 고려해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했다.

중고차 매매업계 관계자도 "사업 조정 심의 기간이 길게는 1년 정도 걸린다. 아직 대기업 진출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니 일단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정·윤혜경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