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번방 2년 뒤, 디지털 성범죄는 더 진화했다

2019년 말 여성들의 성 착취 사진과 신상정보까지 공유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이 존재하는 사실이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트위터 일탈계정을 운영하는 여성들을 협박해 음란 동영상을 강제로 찍게 했다. 이런 영상들을 1번 방부터 8번 방까지 속칭 'n번방' 채팅방을 만들어 올렸다. 커뮤니티 공개에 이어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고, 사법당국은 n번방과 아류인 박사방을 포함한 텔레그램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하거나 소지한 혐의로 124명을 검거해 이들 중 18명을 구속했다. n번방 창시자는 법망을 피해 행방을 감췄다.

20~30대 여성은 물론 초등생들의 낯뜨거운 사진과 동영상이 수십만 건 유통된 사건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가해자들은 암호 화폐 결제로만 채팅방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전문 모델을 만들어 운영했다. 인천에선 아동 음란물과 마약 거래 링크가 공유되는 여러 개의 텔레그램 채팅방을 운영하는 고교생이 적발돼 충격을 줬다. 파장이 커지자 대통령이 나서 철저한 수사와 엄벌,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범국민대책위를 구성한 가운데,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재발을 막기 위한 내용의 'n번방 방지법'이 제정됐다.

세상을 놀라게 한 n번방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여가 지났으나 우리 사회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회는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법안을 제·개정했고, 정부·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디지털 성범죄는 줄지 않고 오히려 진화하는 양상이다. 가해자들은 법망을 교묘하게 악용해 피해자들의 영상을 촬영·유포하고, 협박의 도구로 삼는 사건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이 나돌고, 10대 청소년과 발달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갈수록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수사력이 미치지 못하면서 불안 요인이 커지는 양상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 규모가 광범위하고,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피해자 대부분이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범죄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성범죄 관련 법안들은 처리가 미뤄지고, 수사력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늘고 있다. 사회 독버섯인 n번방은 더 노골적이고, 포악해지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 모두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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