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인천 연수구에 있는 선학중학교를 찾았다. 교문 바로 옆에 세워진 건물에 들어서니 1층에선 1학년 학생 20여명이 목공수업을 듣고 있다. 선학중 1학년 학생들은 자유학기제 수업의 하나로 매주 금요일마다 2시간씩 목공이나 기타, 요리 등 6가지 강의 가운데 하나를 골라 수업을 받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장소에는 일반 교실과는 달리 나무를 자를 수 있는 톱이나 목공용 그라인더 등 전문적인 목공작업 기구가 놓여 있다. 이곳은 학교 학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교육문화공간 '마을엔'에 있는 목공방이기 때문에 여러 기구를 갖출 수 있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목공방은 평소에는 사회적협동조합 '뚝딱이마을목공방'이 쓰다가 금요일에는 학생들을 위한 수업 장소로 개방하고 있다. 일반 교실이 아닌 전문 목공방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다 보니, 더 다양한 목공예를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이날 수업을 듣던 노민지(선학중 1)양은 "평소에 해보고 싶던 목공예 수업을 들을 기회가 생겨 신청했는데, 생각보다 전문적으로 목공예를 배우게 돼 재밌다. 여러 기구를 만지면서 목공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정말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9월 설립된 마을엔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계부터 운영까지 민·관·학 협력을 바탕으로 건립된 공간이다.
마을엔은 학교공간을 개선하는 사업인 '공간 혁신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됐다. 건물이 낡고 좁아 공간 활용에 어려움을 겪던 선학중은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학생들이 원하는 시설을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모두 반영하려다 보니, 인천시교육청의 예산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동아리실이나 공연장, 실습실 등을 원했지만, 학교 내에 남은 교실도 없었고 관련 시설을 설치할 비용도 모자랐기 때문이다.
학교는 관할 지자체인 연수구청과 함께 지역 주민들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건물을 만들기로 했다.
선학중이 있는 선학동 지역은 연수구청이나 문화센터 등과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문화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가 컸다.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건물을 원하는 학교와 문화시설이 필요한 마을 주민들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교육청·연수구청·학교 70억 예산 마련
목공방·주방·방음실 등 갖춘 시설 건립
학생들, 매주 2시간 6가지 강의중 선택
인천시교육청과 연수구청, 선학중은 힘을 모아 70억원의 예산을 마련했고, 지상 4층 규모의 마을엔을 만들게 됐다.
1층에 있는 마을카페부터 목공방, 주방이 설치된 마을부엌, 방음시설을 갖추고 있는 동아리실, 댄스 연습을 할 수 있는 연습실 등 마을엔에 있는 시설은 학생과 마을주민이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마을카페는 작은 버스킹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무대와 토론을 할 수 있는 테이블 등이 마련돼 있고, 카페 전면 유리창을 통해 학교 앞에 있는 승기어린이공원의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2층에 있는 마을부엌은 학생들이 조리 실습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사용할 수 있다. 주민단체는 지역 저소득층 이웃들을 위한 반찬 봉사활동을 할 때, 이곳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3~4층에는 학생들을 위한 방음 시설을 갖춘 동아리실이 있고, 3D프린터 등 전문 장비도 설치돼 있다. 특히 100여석 규모의 공연장은 학생들의 축제나 강연 등에 활용될 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모이는 장소로도 사용된다.
선학중 김찬 교장은 "마을엔은 단순히 학생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지자체와 학교가 예산을 합쳐 건물을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힘을 모아 함께 잘 운영하게 하는 것이 마을엔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자유학기 수업에는 마을 주민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평소 학교에서 듣는 교과목이 아닌 목공이나 뜨개질, 요리 등을 배우다 보니, 학생들의 만족도도 크다고 한다.
선학중은 예전부터 마을 주민들이 강사로 나서는 강연 프로그램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마을 주민이 강사로 나서는 수업이 더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학교 관계자는 설명했다.
100석 규모 공연장, 축제·모임 등 활용
수업 없을땐 사회적협동조합 공방 사용
조리실은 주민 저소득층 반찬봉사 활동
또 마을엔에서는 주민 동아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다양한 문화 강좌들이 열리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공유공간으로써 지역 주민들이라면 누구든 언제든 대관해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마을엔은 지역 주민들이 구심점이 되는 장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인천시교육청은 마을엔을 모델로 다른 지역에도 학교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꾸며 나가는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마을엔 운영을 담당하는 인천시교육청 마을교육지원단 관계자는 "마을엔을 찾는 모든 지역 시민들이 주체가 될 수 있다"며 "학생과 시민, 청년, 교사 등이 함께 자리에 모여 미래를 설계하고 다양한 교육분야에 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역에서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다채로운 하나의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학중의 마을엔을 시작으로 인천지역 내 구도심에도 이 같은 공간이 확대된다면 구도심과 신도심 간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청년들 역시 마을에서 자립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