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시행 1년 맞은 '고독사 예방법' 인천의 현주소

'쓸쓸한 죽음' 늘었지만… 1인 가구 실태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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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한 쪽방촌의 모습으로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 1년을 맞았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사회와 단절된 채 홀로 생활하다 숨을 거두는 고독사 문제의 현 실태를 살펴보고, 사회복지 전문가들로부터 고독사 예방을 위한 대책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지난 2월28일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한 모텔에서 김석호(가명·5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부평구인데, 그는 생활고로 월세가 밀리면서 거주지를 떠나 모텔을 전전하며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 모텔에서 3개월가량 장기 투숙하며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 숨지기 일주일 전 지인에게 "몸이 아파 일을 못 나가겠다"고 연락한 뒤 소식이 끊겼다. 지인이 김씨가 머물던 모텔을 찾았을 때 그의 숨은 이미 멎어있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김씨가 숨지고 이틀 정도 지나 지인과 모텔 업주에 의해 발견됐다"며 "사망 원인은 미상이지만, 평소 술을 자주 마셨다는 증언으로 봤을 때 과도한 음주로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고로 사망 일주일 지나서 발견
무연고 사망자 통계로 대략 추산

김씨가 세상을 떠난 지 불과 사흘이 지난 뒤 인천에서 또 다른 고독사가 있었다. 지난달 3일 미추홀구 용현동에 거주하던 황명관(가명·57)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였던 황씨는 평소 일을 하지 않았고 이웃과 교류도 없이 집에서 홀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끔 집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던 황씨가 며칠째 보이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이웃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황씨의 사망 시점은 발견 당시로부터 일주일 전이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미추홀구 관계자와 거주지 동 행정복지센터 복지 담당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황씨도 과도한 음주 등으로 건강을 잃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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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구는 지난해부터 무연고 사망자를 대상으로 '공영장례'를 치러주고 있다. /남동구 제공

직원 1명당 소외층 200가구 이상
"모든 가구 확인 방문 한달 걸려"
청·중·장년 상담 확대 인력 불가능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단절로 고독사가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4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각 17개 시도는 고독사 현황을 파악하고 위험자에 대한 보호 정책을 수립해 보건복지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인천에서는 아직 고독사 우려가 있는 1인 가구 등에 대한 실태 파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고독사'와 관련한 공식 통계는 없다. 전국에서 몇 명이 고독사로 세상을 떠나는지 알 수가 없다.

보건복지부는 무연고 사망자(시신을 인수할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한 사망자) 통계를 통해 고독사를 대략 추산하고 있을 뿐이다. 인천 지역 무연고 사망자(인천시 집계)는 2018년 170명, 2019년 206명, 2020년 254명, 지난해 242명 등 증가 추세다.

홀로 사는 이들을 살피는 각 동의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은 모든 1인 가구의 생활 실태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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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고독사 위험군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고독사 위험군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위험군에 대한 고독사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인천 계양구의 한 홀몸노인 가구를 방문한 사회복지사가 지원 물품을 제공하는 모습. /계양구 제공

미추홀구 한 행정복지센터 복지과 공무원은 "부서 직원 1명이 담당해야 하는 기초생활수급가구가 200가구 이상인데, 하루에 5~6가구씩 방문한다 해도 모든 가구를 확인하려면 한 달이 걸린다"며 "코로나19 이후 방역과 생활지원금 업무 등이 추가되면서 현장 방문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구 한 행정복지센터 복지과 공무원도 "홀몸노인이나 장애가 있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보건소와 협력해 찾아가는 건강 상담을 하고 있지만, 청년이나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방문 상담을 확대하는 건 지금의 인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민간이 협력해 고독사 위험군을 함께 발굴하고, 홀로 사는 이들의 사회적 활동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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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고독사 위험군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고독사 위험군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위험군에 대한 고독사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인천 계양구의 한 홀몸노인 가구를 방문한 사회복지사가 지원 물품을 제공하는 모습. /계양구 제공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순둘 교수는 "고독사 방지책을 마련하려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전수조사를 통해 고독사 우려가 있는 가구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위험군을 집계하더라도 지자체가 고독사 예방과 관리를 온전히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각 지역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나 주민자치회 등 민간과 협력해 홀로 사는 이들의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최명민 교수는 "고독사 위험에 놓인 연령대 가운데 중·장년 남성의 비율이 높은데, 중·장년층은 외부의 도움이나 지원을 받는 것이 자신의 취약한 생활 형편을 드러내는 것이라 여겨 도움을 거부하고 계속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경로가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심리적 위축을 받지 않도록 비슷한 환경의 중년 남성들과 관계를 쌓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인천시 복지서비스과 관계자는 "고독사 방지를 위한 지원 대상을 홀몸노인에서 청년과 중·장년 1인 가구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올 하반기에 고독사 예방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고독사 위험 계층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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