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로부터 지원 예산 한끼 7천원
매일 30명 식사 한달 600만원 들어
양파·감자·바나나 가격 뛰어 '부담'
돌봄교사 “반찬 배식 줄일 수밖에”
어르신 무료식사 제공하는 복지관
식자재 업체 "물량 맞추기 어렵다"
최근 물가가 치솟자 취약계층에 식사를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와 복지관 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천 서구의 한 지역아동센터 원장인 서미옥(가명)씨는 요즘 아동들의 급식을 만들기 위해 장을 볼 때마다 답답한 심정이다. 과일과 채소 등의 가격이 뛰면서 정해진 예산 안에서 구매할 수 있는 급식 재료의 양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역아동센터가 아동 1명에게 1끼를 제공하기 위해 인천시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은 7천원이다. 매일 저녁 아동 30명의 식사를 챙기려면 매달 약 600만원이 들어간다.
지난 1월 구매한 양파 10㎏과 감자 5㎏의 가격은 각각 1만7천840원과 1만5천650원이었다. 그런데 이달 초 같은 양의 양파와 감자를 구매할 때는 각각 14.9%와 22.6%가 오른 2만500원과 1만9천200원이 들었다.
부식으로 산 사과 30개도 1월 5만9천500원에서 이달 7만9천200원으로 무려 33.1%나 가격이 뛰었다. 바나나 5송이의 구매가도 1월 1만8천120원에서 31.1% 증가한 2만3천760원이었다.
서씨는 "급식 메뉴에 필요한 채소와 육류 등도 이전과 같은 양을 사려면 정해진 예산으로는 부족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그래픽 참조
물가가 상승하면서 취약계층의 식사를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와 복지관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13일 인천시 남동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과일을 사고 있다. 2022.4.13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인천 남동구의 한 지역아동센터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돌봄교사 고윤정(가명)씨는 "지난해 1인당 급식 지원금이 6천500원에서 7천원으로 오르면서 재료 구매에 여유가 있었는데, 물가가 이렇게까지 오를 줄은 예상치 못했다. 예산 범위 내에서 식단을 짜려면 부식 양을 줄이거나 반찬 배식량을 조금씩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려했다.
통계청은 지난 5일 '2022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해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1% 상승했다고 밝혔다. 주요 식료품 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곡물류는 4.1%, 과일류는 6.5%, 육류는 9.1% 상승하는 등 물가가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복지관도 물가 상승 영향을 받고 있다. 부평구의 한 복지관은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로부터 "식자재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복지관은 어르신 1명에게 1끼를 제공할 때 4천원으로 책정된 단가를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해 납품 업체와 매년 계약을 맺어 식자재를 받고 있다. 그런데 물가가 치솟아 정해진 이 예산 안에서 예년 수준의 식자재 물량을 맞추기 어렵다고 식자재 납품 업체가 알려온 것이다.
복지관 측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경로식당 운영을 중단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5일 치 음식을 포장해 200명이 넘는 어르신들에게 건네고 있는 와중에 식자재 물량이 줄어 난감해 하고 있다.
이 복지관 관계자는 "경로식당에서 조리된 음식을 드시는 것에 비하면 어르신들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마저도 물가가 올라 반찬을 넉넉히 드릴 수 없는 형편"이라며 "반찬 3종류의 양을 조금씩 적게 드리거나 2종류로 줄여서 제공하는 등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지만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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