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을 자극하는 중국요리 문화사·(4)] 호떡, 새 밀가루와 새 분식을 열다

'달콤한 분식의 맛' 요식업 가능성 열다

경인일보22
고영 음식칼럼리스트가 15일 진행된 '2022년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지역인문학센터 시민강좌'에서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호떡, 새 밀가루와 함께 새 분식을 열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지역인문학센터 제공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화도진도서관, 구산동도서관마을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경인일보 등이 후원하는 '2022년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지역인문학센터 시민강좌'의 '미각을 자극하는 중국요리의 문화사' 네 번째 강좌가 지난 15일 오후 7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열렸다.

고영 음식 칼럼니스트가 '호떡, 새 밀가루와 함께 새 분식을 열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 편집자 주

중국식과 다른 '기름 닿은 간식'
자장면 보다 먼저 우리 일상 채워
해방후 '진득한 소' 호떡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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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 음식칼럼리스트.

■ 강연요지


호떡은 19세기 말에 중국에서 건너온 음식이고, 아예 한반도에 눌러앉은 화교가 전한 음식이다. 한 세기 만에 한반도에서 한국 호떡 또는 한식 호떡이라고 할 만한 음식으로 다시 태어난 사물이다.



호떡은 입식(粒食) 중심으로 살아온 한반도에 분식(粉食)이 주식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분식으로 요식업이 가능함을 처음으로 보여준 음식이기에 그 의의가 대단하다.

1882년 임오군란(壬午軍亂)을 계기로 한반도에 '화교'라고 부를 만한 집단적인 중국인 이주자가 들어온다. 임오군란에 개입한 청나라의 군인, 군무원, 상인, 기술자, 노동자 가운데 일부는 한반도에 눌러앉았고, 그러면서 일상의 분식, 곧 중식 국수, 찐빵, 만두 그리고 호떡의 조상 격인 중국식 호병 동아리 음식이 한반도에 자리를 잡았다.

한반도 화교 공동체에서 많이 만들던 호병 동아리의 음식은 '지단빙', '주화빙', '가오빙', '탕훠샤오', '강터우', '쯔마빙', '탕구쯔' 등을 꼽을 수 있다.

한반도 화교는 고향에서 하던 대로 중국 밀가루를 가지고, 주식류인 중식면·만두·찐빵, 비스킷류 그리고 과자를 해 먹었고 요식업을 꾸렸다. 그 가운데 국수 가닥을 내지 않고 만드는 만두류, 찐빵류, 과자류가 다 그저 '호떡'으로 인식됐다.

그 가운데서도 진득하고 달콤한 소를 채워 둥글납작하게 구운 탕훠샤오류의 '호떡'은 초고속으로 한국인의 일상에 파고들었다.

호떡은 '중식 우동' 또는 자장면보다도 일찍 '보통 조선 사람들의 일상'에 들어왔고,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지속하고 있다. 1910년대 이후에는 달콤하고 진득한 소를 채운 호떡이 한국인이 생각하는 호떡의 중심에 서게 됐다.

최근에는 중화권에서 한국 길거리에 있는 기름지짐 또는 기름튀김 호떡을 '한국흑병당'(韓國黑糖餠)으로 따로 일컫는다. 중화권에서 보기에 한국 호떡은 중화권의 '후빙'(胡餠) 또는 '샤오빙'(燒餠)과는 정체가 다르다.

한국인은 기름이 닿지 않은 호떡을 '중국식 호떡'으로 구분한다. 기름지짐이나 튀김이 아니면 그냥 '중국 호떡'인 것이다. 오늘날 한국인에게 호떡은 확실히 '기름 닿은 간식'이다.

여기서 우리는 자장면과 같은 면모뿐 아니라 코리안차이니스, 차이니스코리안의 면모까지 발견하게 된다. 호떡은 말하자면 자장면에 버금가는 흥미로운 사물이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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