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을 자극하는 중국요리 문화사·(5)] 중국요리와 설탕

신여성 중심 '단맛·기름' 중국 요리법 인기

경인일보1 (1)
가천대 문화유산역사연구소 이은희 연구원(오른쪽)이 22일 진행된 '2022년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지역인문학센터 시민강좌'에서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중국요리와 설탕'을 주제로 강연했다.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지역인문학센터 제공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화도진도서관, 구산동도서관마을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경인일보 등이 후원하는 '2022년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지역인문학센터 시민강좌'의 '미각을 자극하는 중국요리의 문화사' 다섯 번째 강좌가 지난 22일 오후 7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열렸다.

가천대 문화유산역사연구소 이은희 연구원이 '중국요리와 설탕'을 주제로 강연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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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요지




중국요리의 특징은 단맛과 기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국 남부에서 사탕수수 재배기술이 발달해 단맛을 널리 활용할 수 있었던 데다, 콩 원산지인 중국 북부에서 난 콩기름이 설탕과 어우러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요리에서 단맛은 감미료로만 사용됐다. 그러던 중 개항 이후 중국인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설탕과 기름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중국요리는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1920년대부터 민족개조론이 유행하면서 1930년대에는 '신여성'을 중심으로 조선요리법을 '신식요리'로 개량하자는 움직임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요리법과 음식재료가 달라졌다. 당시 고가였던 설탕이나 양조간장, 인공 조미료, 밀가루, 기름 등과 같은 공산품이 사용됐다. 요리법은 신문잡지 글, 강습회, 여학교 교육을 통해 보급됐다.

요리강습회에선 조선요리법보다도 중국요리법이 훨씬 더 인기였다.

'주부'로서 정체성을 지향한 신여성이 중국요리법에 열광한 이유는 당시 최고급 음식 반열에 오른 중국요리를 가정에서 만들면서 새로운 문화권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1930년대 '주부'의 새 문화 권력
집으로 손님 초대 '최고의 접대'
요리강습회 참여 네트워크 형성


중국요리법을 구사하게 되면 여성은 남편과의 관계에서 '양처'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주부'로서 가정 내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전통적인 대가족제도 속에서 집안의 며느리로서가 아니라 근대적 부부중심 소가족제도에서 주부일 수 있었다.

중국요리는 최고급 요리였기 때문에 남편이 집에 손님을 초대해서 중국요리를 대접한다는 것은 당대 최고의 접대였다. 사회적으로 문화자본을 과시할 수 있었다. 요리강습회에 참여할 수 있는 상류층 여성은 자신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사회적으로 '현모양처'·'모범주부'로 공인받았다.

해방 후에도 중국요리법에 대한 열광은 이어졌다. 중등 가사 교과서와 대학교재, 요리강좌 고급 편에서 중국요리법을 다뤘다.

특히 식료품 광고에선 '주부'라면 남편과 가족을 위해 영양 많고 맛 좋은 중국요리를 할 수 있는 '현모양처'여야 한다는 여성상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 중국요리는 외식으로서만이 아니라 상류층의 최고급 음식이라는 위상으로 한국사회에 뿌리내렸다. 이렇게 달고 기름진 중국요리가 우리 곁에 다가왔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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