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조8천억원대에 이르렀던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손실이 올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비율이 높은 상황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기를 많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어서다. 특히 이른 더위가 온 올해, 여름 전력 수요 폭증이 예상돼 한전의 올해 영업 손실이 20조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26일 한전 등에 따르면 지난달 SMP(계통한계가격·일반 발전기 거래시간별 전력량에 적용하는 전력시장가격으로, 한전이 발전사업자들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지불하는 비용)는 킬로와트시(㎾h)당 192.75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84.22원) 대비 약 130% 증가했다. 지난 2월 197.32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역대 3월 중 최고가다.
SMP가 급등한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LNG와 유류 등 주요 발전 원료의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LNG 열량단가는 지난해 동월 대비 121.3%, 유류는 94.2%, 석탄은 90.2% 각각 올랐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인 전력의 정산단가 역시 3월 ㎾h당 151.56원으로 지난해보다 72.3% 늘었다. 이 기간 한전이 사들인 전력량이 4만6천256GWh임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할 때 7조1천580억원을 전력 구매에 쓴 셈이다.
우크라 사태로 에너지 가격 급등
무더위 전력 수요 폭증까지 겹쳐
올해 영업손실 20조 훌쩍 넘을듯
이에 따라 한전의 영업손실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전의 판매단가는 지난 2월 115.2원 등 ㎾h당 110원 내외를 유지했다. 3월도 추가 변동이 없었음을 고려할 때 3월 한전은 전력을 1㎾h 팔 때마다 40원 이상 손해를 봤고, 전력판매량에 대입하면 약 1조8천5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지난 1~2월 한전은 149.7원에 전기를 사 115원에 팔았는데, 이 기간 전력판매량(9만7천344GWh)을 대입하면 약 3조4천억원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단순 계산으로 한전은 1분기에만 5조원 이상의 영업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영업 손실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현상이 유지됨에 따라 한전의 적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판매량은 겨울과 여름인 1월과 7·8월 각각 최고치를 찍고 봄·가을엔 내려가는 형태를 띤다.
그럼에도 뾰족한 해법은 없는 상태다. 한전 내부에서도 "외부요인으로 인한 영업손실이라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일단 한전은 매달 4차례 발전 자회사에 지급하던 전력 구매 대금을 5월부터 한 차례 미룰 수 있도록 규칙을 변경한 상태다. 여름을 앞둔 만큼, 대금 지급을 못 해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