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에 고비를 넘긴 자영업자들은 식자재값 비용 폭등에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사진은 수원시의 한 음식점. /경인일보 DB |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 사정이 좀 나아질 줄 알았죠. 비용이 안 오르는 게 없으니 이대로는 버티기가 힘들어요."
26일 수원시 인계동의 한 중식당.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1주일, 매출은 확연히 올랐지만 사장 A씨의 마음은 편치 않다. 거리두기에 따른 고비를 넘기니 식자재가 폭등이 들이닥친 것이다. 밀가루 가격이 오르더니, 최근 들어 식용유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한 번 오르고 마는 게 아니라, 끝도 모르고 계속 오른다. 기름을 안 쓸 수도 없고 진짜 답답하다"고 한숨을 쉰 A사장은 "그동안 힘들었어도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을 올리지 않고 계속 유지해왔는데 이젠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착잡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인근에 있는 덮밥집은 다음 달 1일부로 음식 가격을 1천원씩 올리기로 했다. 덮밥에 올릴 튀김을 만들려면 밀가루와 식용유가 필수인데, 둘 다 가격이 너무 뛰어서다.
덮밥집 사장 B씨도 "공급받는 식용유 가격이 90% 올랐다. 튀김 옷을 입히는데 필요한 밀가루 가격도 뛰었고, 새우 값도 올랐다. 원래는 더 올려야 하는데 소비자들 부담도 크니 1천원씩 조정하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모처럼 웃은 자영업자들의 얼굴에 이내 그늘이 드리웠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밀가루 가격이 오르더니 식용유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 한숨 돌리나 했더니
우크라 사태로 공급에 차질 빚어
밀은 물론, 주된 식용유 중 하나인 해바라기씨유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주 생산지여서다. 전 세계에 수출하는 해바라기씨유 75%를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한다.
해바라기씨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팜유 등 다른 식용유 제품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수입 팜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0.6% 올랐다.
팜유 생산이 부진한 가운데 해바라기씨유 공급이 줄어 팜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자, 전 세계 식용유 수출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팜유 정제유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결정했다. 팜유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면 라면, 과자 등 유탕처리제품들의 가격 상승 요인이 된다.
밀가루·식용유 등 천정부지 인상
사료값 올라 계란·수입육류 급등
이런 가운데 계란과 수입 소고기 등의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곡물 가격이 오르고 이에 따라 사료 값이 상승하자, 계란 가격이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산란계가 대거 살처분됐던 지난해 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
수입 소고기와 돼지고기도 일제히 가격이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입 소고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7.7% 올랐다. 수입 돼지고기는 9.4% 상승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