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아동의 '행복추구권'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과거 아동은 단지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만 여겨지며 복지의 관점에서만 아동을 바라보았다.
소파 방정환이 100년 전 첫 번째 어린이날 기념행사에서 어린이를 독립적 인격체로 존중해 달라고 한 부탁이 아직도 진행형인 셈이다.
경기도 아동정책도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 따라 복지에서 아동의 행복으로 초점이 바뀌어갔다.
2015년 당시 아동정책의 추진 방향은 '행복한 아동, 존중받는 아동'이었는데,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아동 지원에 쏠렸다.
보육료 지원 확대와 수요자 맞춤형 보육서비스 제공, 임신·출산지원 및 영유아 건강관리 강화, 아동 안전환경 조성, 보호·지원이 필요한 아동에 대한 종합대책 마련 등 아동보다는 아동을 키우는 '양육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 다수였다.
지난해 '제1차 기본계획' 비전 변화
아이 중심 관점서 '놀 권리'에 주목
이 같은 정책지원으로 물질적인 면 등에서 아동의 삶이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아동의 행복은 채워지지 못했다. 지나친 학업경쟁에 떠밀리고 부모의 부속물로 보는 시각은 여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도가 처음으로 세운 제1차 경기도 아동정책 기본계획(2021~2025)의 비전은 '아이들이 더 행복한 신나는 경기도'로 변화했다. 각종 정책에도 아동 중심 관점을 반영했다. 여기에 더해 학업 탓에 놀면 안 된다던 사회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아동의 '놀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기본계획을 보면, 초·중·고교의 수준별 맞춤형 경기도의회 체험 프로그램 운영과 아동정책 포럼, 놀 권리 사업의 확대 등이 담겼다. 또 아동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공적 아동보호체계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도내 지자체는 아동의 '놀 권리' 등 아동 권리를 인정할 준비가 됐을까.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12월 낸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한 경기도 정책 방향' 연구 보고서를 보면, 놀 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한 놀이 공간은 제한적이었다.
대도시에서 연간 이용률이 가장 높은 지역사회 놀이시설은 아파트·주택 놀이터(89.0%)였다. 그 다음은 사설 키즈카페(86.7%)였다. 대부분 아동은 아파트 단지나 주택 주변 놀이터에서 노는 셈이다.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경기도도 실내 놀이터 중 하나인 '아이사랑놀이터'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110개소까지 확대됐지만, 안전성 측면에서 면적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아동 수와 취학 전 아동으로 연령대가 정해져 아쉬움이 남는다.
道 '실내 놀이터' 적극적 확대에도
이용자수·취학전 아동만 혜택 아쉬움
4일 오후 찾은 수원시 내 아이사랑놀이터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여기서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열리는데, 이날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카네이션 만들기 체험이 진행됐다. 어린이들은 작은 손으로 카네이션 머리띠를 만들거나, 장난감 자동차를 몰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의 대상은 영유아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놀이혁신 선도지역 공모사업을 추진했지만, 당시 선정된 지자체 10곳 중 6곳만이 바우처사업으로 편입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도내에서는 안산시와 시흥시가 선정됐는데, 시흥시의 경우 별도 사업으로 바우처 사업을 대체하고 있다. 복지부는 추가 공모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자체가 많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더욱이 아동의 4대 권리(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 보장에 앞장서며 아동권리 전담기구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아동정책을 펼친 지자체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는데, 이 같은 인증을 받은 도내 시·군은 12곳에 그쳤다.
놀 권리 보장을 강조했던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도는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 놀이위원회 구성, 놀 권리 인식개선 확대 등을 통해 아동의 요구에 기반한 놀이문화 환경 조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지영·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