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인간 본연의 강점은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동종의 산업계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전자업계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삼성과 LG는 세계적으로 열릴 5G 시대를 대비해 공동 연구 및 실험, 결과 공유를 포함한 기술 개발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공동협력을 진행했다. 서로의 강점을 합하여 국내를 비롯한 해외 네트워크 시장 선점을 위해서였다. 철강시장의 경쟁자인 현대와 포스코가 전기차 생산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아우디와 BMW그룹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경쟁사와 손을 맞잡았다.
기술 전문성·변화 대응에 강한 민간기업과
제도혁신 강점 공공기관 협력 이상적 '상생'
생물계에서 진화론 하면 적자생존, 약육강식을 떠올리지만 이것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삶의 방식 중 일부분일 뿐이다. 심지어 공생하는 생물들이 훨씬 번성한다. 각기 다른 모습을 가진 두 종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유익한 관계를 '상리공생(相利共生)', 흔히 말하는'상생'이라고 한다. 공공기관은 조직, 인력 그리고 풍부한 지원 여력을 가지고 법·제도화에 유리한 위치를 가지고 있으나 조직이 커서 관료화되기 쉽고, 신속하고 도전적인 분야에 취약한 편이다. 반면 민간 기업은 경영자원이 부족하고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지만 빠르게 기술 전문성을 체득하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장점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수많은 새로운 기술이 중소기업에서 개발되고 있는 현실에서 잘 나타난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작은 벤처기업을 인수 합병하는데 천문학적인 자금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전문기술과 혁신에 강점이 있는 민간기업과 제도혁신을 비롯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 강점이 있는 공공기관의 협력은 이상적인 상리공생이 될 수 있다.
지난달 LX(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남부지역본부는 판교 인공지능(AI)기술실증단지의 디지털트윈 공간정보구축용역을 민간 기업에게 발주하였다. 이 사업에는 시민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3차원 정밀지도 구축을 비롯해 민간에 제공하여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참여기업에 대해서는 공사가 보유한 인력과 자원을 제공하는 컨설팅과 AI연구 성과물에 대한 품질검증도 병행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디지털 트윈국토 시범사업 관리기관'으로 지정된 LX는 전주시에서 시작된 디지털트윈 표준모델을 최근 15개 지자체까지 확대 적용 하고 민간기업과 함께 다양한 행정서비스 모델을 도출하였다. 그리고 도출된 행정서비스 모델이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을 통해 대국민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도록 표준화된 'LX플랫폼'을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양질의 공공 플랫폼은 민간과 함께 창조적 결과물을 공유하는 신뢰성 있는 도구로 활용되어 산업계의 지속성장에 큰 발판을 제공할 것이다.
판교 디지털트윈 정보구축 용역 민간 발주
'같이 생존방식' 소비·투자자에게 환영받아
아프리카에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자연에서 지혜를 체득하고 살아왔던 인디언의 속담에도 '함께 걸으라'는 말이 있다. 산업계에서도 이러한 '함께의 생존방식'은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도 더욱 환영받고 있다. 생명의 공간에서 함께 이익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지혜로운 삶의 기술이다. 생명이 움트고 생동하는 봄기운 만연한 아침이다. 봄꽃이 만발한 사무실 화단 사이로 날고 있는 꿀벌들을 바라보며, 상생(相生)하며 자유롭게 성장하는 공간정보 산업계의 풍요로운 생태계를 꿈꾸어 본다.
/윤한필 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남부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