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송이(오른쪽에서 두번째) 씨가 달리기를 하고 있다. 차송이 씨는 대학생 때 루푸스 진단을 받았지만 건강을 회복한 후 러닝 크루에서 달리기를 하면서 삶에 자신감을 찾았다. /차송이씨 제공 |
"누구나 뛸 수 있지만, 누구나 리더가 되는 건 아니다."
경기 남부에서 활동하는 러닝 크루 '부스터'의 리더 차송이 씨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한낮의 열기를 씻어낸 오산천의 상쾌한 바람이 나를 다시 러닝의 세계로 불렀다. 이번에는 꼭 동료들을 따라가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2㎞ 정도를 지났을 무렵 예상보다 빠른 동료들의 페이스에 서서히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투병 우울감에 빠져
예전 모습 돌아가려 크루 '노크'
과거의 리더처럼 손 다시 내밀어
그러나 역시나 이번에도 나의 러닝 스승인 부스터 리더 차송이 씨가 구원을 손길을 내밀었다. 차송이 씨는 홀로 달리고 있는 내 곁으로 다가와 뛰는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했다. 미안함에 먼저 가라는 말에도 차송이 씨는 괜찮다며 끝까지 함께 뛰었다.
마냥 천사 같은 리더 차송이 씨는 왜 러닝을 시작했을까.
그는 대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다. 중·고등학교 때 관절에 통증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었는데, 병원에서 '루푸스'라는 진단을 받았다. 루푸스는 인체를 방어하는 면역계가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갑작스러운 투병 생활은 일상생활까지 어렵게 했고 차송이 씨는 우울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건강이 조금 회복된 차송이 씨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러닝 크루 부스터를 찾았다고. 그는 "건강이 회복되니 예전의 나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달리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러닝 크루에서의 첫 달리기는 그에게 남다른 기억이다. 차송이 씨는 "부스터에서 첫 달리기를 한 게 오산천 한 바퀴였다"며 "걷지도 못했던 때를 생각하면서 뛰었는데 너무 행복한 느낌이었고 옆에서 저랑 같이 달려주는 사람들도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힘들 때마다 손을 내밀어 준 리더에게도 자신이 힘들었을 때 손을 내밀어 준 좋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러닝 크루에서 같이 달린다는 것은 취미를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아온 삶을 이해하는 장이기도 하다.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달릴 수 있다는 경험은 러닝 크루가 아니면 흔하게 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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