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으면 남이 된다고 했던가. 화석과 광물 자료라면 단연코 국내 최고라 할 수 있는 남양주 우석헌자연사박물관의 한국희 관장이 "도에 ㄴ 받침을 좋아했는데 ㄹ 받침으로 바뀌었다"며 웃었다.
돈이 돌이 된 곳, 10만여점의 화석과 광물 등 박물관의 소장품을 보고 있으니 굉장한 수집가로부터 이곳이 시작되었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남편이자 설립자 김정우씨 수십년 수집
전세계 희귀광물·화석 10만여점 소장
박물관의 토대가 된 이 소장품들은 한 관장의 남편이자 설립자인 김정우씨가 수십 년간 모아온 것들이다. 전세계 오지를 직접 돌아다니며 희귀 광물과 화석을 모았다는데, 브라질·페루·인도·마다가스카르 등 사람의 발길이 뜸한 저 지구 어딘가의 깊숙한 광산과 정글 등을 찾아다녔단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머릿속에 보물을 찾아 나선 인디아나 존스가 그려졌다.

"남편이 목숨을 걸고 구해온 것들도 있어요. 경비행기를 타고 가다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고, 말을 타고 가파른 절벽을 아슬아슬하게 건너간 적도 있었죠. 무사하게 다녀와 달라 기도도 많이 했어요."
이러한 덕후 남편 옆에서 20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박물관을 이끌어 온 한 관장이지만, 처음부터 남편의 수집을 좋게 봤던 것은 아니었다. 경제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아내의 입장에서 환상적이지만은 않았던 일이었다. 부부싸움도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보니 "둘이 같이 미쳐가더라"는 말을 듣게 됐다. 함께 수집하러 떠나면 이제 그만하자며 남편이 눈치를 줘도 한 관장이 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찾아가기도 어려운 곳에서 며칠씩 씻지도 못하고 생활하는 것이 힘들다가도 반짝이는 광물들을 만났을 때의 희망과 들뜸, 흥분은 그런 것을 모두 잊게 했다.
박물관을 찾아오는 관객에게 예쁘고 신기하면서 학술 가치까지 있는 다양한 표본들을 보여주고 싶은 한 관장의 욕심은 돌에 빠진 남편의 '덕력' 못지 않았다. "사람들이 와서 행복해 하는 것이 좋은 거죠. 특히 이곳에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 많은 걸 갖다놔야겠다고 생각해요." 한 관장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가장 좋아하는 암모나이트와 매일 대화
화석보며 질문하며 매일 다른 매력 발견
그런 한 관장은 매일 박물관을 돌아보며 암모나이트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화석도 암모나이트이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건지 많이 궁금했다.
"너의 나선 구조는 어떻게 그렇게 아름답니", "바닷속 깊은 곳에 살던 너희는 어디로 간 거니", "이 방에 살고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니" 등 화석을 보며 질문하다 보면 매일 봐도 매일 다른 매력이 보인다고 했다. 넌지시 한 관장에게 말했다. "암모나이트가 대답해줄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요."
남편 김정우씨와 한 관장의 열정이 만나 만들어진 우석헌자연사박물관은 '누구든지 많은 것을 가져가는 공간'으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물관은 수집·보존·전시·교육·연구를 하는 곳이죠. 이러한 박물관 본연의 순수성을 잃지 않고 지켜가고 싶어요. 누구나 와서 봐도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겁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