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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수원법원종합청사 모습. /경인일보 DB

"재판부도 무거운 마음으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지난 13일 수원고법 법정 801호. 양부모 학대로 생후 33개월 아이가 숨진 이른바 '화성 입양 아동 학대 사건' 항소심 공판을 담당한 재판부는 조심스레 입을 뗐다.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판사·신숙희) 심리로 열린 화성 입양 아동 학대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장은 "아동 사망 사건의 중압감이 이렇게 크다는 것을 판사 생활 27년 중 가장 무겁게 느끼고 있다"면서 "개인적 감정과 가치관이 있으시겠지만 법정은 헌법과 법률, 증거에 따라 재판을 하는 곳이니 개인적인 가치관에 의한 불만 표출을 삼가달라"고 방청석을 향해 당부했다.

재판부는 이날 아동복지법 위반(유기·방임), 아동학대 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피해 아동 양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또 8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 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하고 양모를 법정 구속했다.

양형 부당 등을 주장한 양부와 검찰 측 항소는 모두 기각했다. 양부는 1심에서 아동학대 살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서 징역 6년 → 2년6월 선고
"불순한 목적으로 입양한 것 아냐
양부 훈육 폭행이란 걸 알고 제지"
'1심 징역 22년' 양부 항소는 기각

재판부는 평소 양육 태도 등을 형 참작 사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양모가 피해 아동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던 것이지 다른 불순한 목적으로 입양한 것은 아니다"며 "피고인이 아이를 직접 학대했다는 증거는 없고 다른 자녀를 훈육할 때도 양부가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양부가 피해 아동을 훈육하는 방식이 심각한 폭행이란 걸 인식한 뒤에는 뒤늦게라도 이를 제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초등학생인 친자녀 네 명은 양모와 떨어지는 것에 심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형 부당을 주장한 양부 측 주장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 아동을 강하게 몇 차례 때리면서 충격에 넘어진 아이를 다시 일으켜 세운 뒤 때렸다"며 "피해 아동 외 자녀 4명을 양육한 경험 있는 피고인은 쓰러질 정도로 때리면 아이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고 본다"고 살해 고의를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이 끝날 무렵 방청석에 앉은 이들 중 일부는 선고 형량에 불만을 내비치며 큰 소리를 냈고 재판부가 이들에 대한 제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