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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인천시립무용단의 정기공연 '워터캐슬-토끼탈출기'의 피날레에 인사를 하고 있는 단원들. 2022.5.13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고수와 명창 2인이 펼치는 판소리를 몸짓으로 어떻게 표현해낼까. 특히 '수궁가'라면 어느 대목을 어떤 군무로 보여 줄 수 있을까.

인천시립무용단(예술감독·윤성주)이 신명 나는 춤 한바탕으로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보여줬다. 시립무용단은 명창의 목소리와 표정, 고수의 북소리와 청중의 상상력에만 의존해야 했던 정(靜)의 예술에 가까운 판소리를, 마지막까지 숨이 가쁜 역동적인 움직임이 가득한 동(動)의 예술로 멋지게 재창조해 관객들 앞에 펼쳐놨다.

기대를 모은 시립무용단의 신작 '워터캐슬-토끼탈출기'가 지난 13~14일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무용수들 역동적인 군무 공연내내 충만
'범내려온다'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 장관


기자는 장지영(토끼), 박재원(자라), 박성식(용왕)이 무대에 선 13일 공연을 찾았다. 공연의 첫인상은 인천시립무용단이 최근 들어 선보인 작품 가운데 가장 현대적인 몸짓이었다. 컨템포러리 작품을 선보이는 무용단으로 소개해도 무방할 수준이었다. 참고로 인천시립무용단은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한다.

주역 무용수들의 연기에 더해지는 역동적인 군무가 공연 내내 충만했다. '상좌(上座)다툼'으로 이름이 붙은 두 번째 신에서 바퀴가 달린 커다란 테이블을 밀고 돌리며, 무용수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 펼치는 연기는 곡예에 가까웠다. 서양의 서커스를 떠올릴 정도였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서양의 광대 모습을 한 토끼의 분장과 의상에서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객석에서는 긴장한 표정을 한 관객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무용수의 위태로운 동작이 나올 때마다 낮은 탄성을 들을 수 있었다. 지루할 틈이 없었던 무대였다.

'범 내려온다'는 노래로 이미 잘 알려진 대목도 이번 작품에서 개인적으로 기대를 모았던 대목인데, 노루를 피하려다 범을 만난다는 제목의 네 번째 신 '피장봉호(避獐逢虎)'에서는 날짐승들이 토끼를 이리저리 굴리고, 들짐승을 연기한 남성 무용수의 과격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동작의 군무가 멋진 장관을 연출했다.

무대에 오른 무용수들은 몸이 재산인 예술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을 위해 기꺼이 몸을 던졌다는 것은 따로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공연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시립무용단은 이번 공연으로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윤성주 예술감독은 이 프로젝트를 부임 초부터 계획해왔다고 했다. 윤 감독은 평소 '남녀노소 모두가 춤의 즐거움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했고, 이번 무대는 그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윤 감독은 공연 소개 책자에 "자신의 보물을 내어준 단원들, 스태프진, 극장 관계자 모두에게 두 손을 모아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공연을 본 사람들 모두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