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고시원 3곳 중 1곳에서 초기 화재 진압에 큰 역할을 하는 간이스프링클러 등의 소방 안전시설이 엉망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소방본부는 인천 부평구의 A고시원에서 간이스프링클러의 펌프가 고장 난 상태로 방치된 것을 적발했다.
A고시원의 스프링클러는 분사하는 헤드(head) 부분까지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무용지물 상태였다. 화재에 취약한 고시원은 간이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간이스프링클러는 일반스프링클러보다 물 분사량이 적어 소화 능력은 떨어지지만, 초기 화재 진압에 효과적이어서 법으로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를 위반한 A고시원에 과태료 200만원 처분을 내렸다.
인천 서구의 B고시원에서는 간이스프링클러 헤드 일부가 방 천장에 박혀 제 각도로 분사되지 못하는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고시원에서는 반드시 공용 취사시설을 이용해야 하는데, B고시원의 한 방에는 요리할 수 있는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소방당국은 B고시원에 시정조치 명령을 내리고, 담당 지자체인 서구청에 이 같은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
간이스프링클러 펌프 고장 적발
250곳 특별조사 94곳서 불량나와
인천소방본부와 지역 소방서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인천에 있는 고시원 중 250곳을 대상으로 소방 특별조사를 진행한 결과 94곳(37.6%)에서 간이스프링클러 등 안전시설 불량 사항들을 적발했다. 이들 고시원에 대해 과태료(1건), 조치 명령(68건), 기관 통보(39건) 등을 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를 계기로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 이뤄졌다. 당시 사고로 고시원 입주민 2명이 숨지는 인명 피해가 있었다.
고시원은 일반 주거시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모여 살고 있어 불이 났을 때 대형 참사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
인구 밀집도 높아 대피 시간 지연
전문가 "더 철저히 점검할 필요"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시원은 다른 주거시설에 비해 인구 밀집도가 높은데,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복도도 좁아 불이 났을 때 대피 시간이 늦어져 인명 피해를 낳을 수 있다"며 "소방당국이 고시원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안전시설에 대해 점검을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고시원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지속해서 점검을 펼칠 것"이라며 "고시원 관리자와 이용자들이 자율적으로 안전 관리를 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소방 안전교육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지금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