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는 119 대원들의 모습. /경인일보DB |
정전과 침수 등으로 엘리베이터 고장 우려가 큰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안전사고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인천 중구 중산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20대 남성 A씨는 이달 1일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는 공포스러운 경험을 했다.
1층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도중 29층에서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춘 것이다.
놀란 마음에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비상벨을 여러 번 눌러봤지만, 고장 난 상태였다. A씨는 10여분 동안 불안에 떨다 다행히 엘리베이터 문이 스스로 열리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달 말에도 엘리베이터가 멈추며 3명이 잠시 갇히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고온다습 날씨 제어회로 오작동
기계실 온도관리·빗물유입 방지
안전점검 철저 추락 등 예방 당부
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측은 A씨가 갇히는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뒤늦게 비상벨을 수리해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A씨의 어머니 B씨는 "당시 사고로 아들이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주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며 "만약 안에 있던 사람이 아이나 노인이었으면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관리사무소의 늑장 대응으로 하마터면 더욱 큰 사고가 날뻔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속이 상해 찾아간 경찰서에서는 민사로 해결하라는 데 사람이 죽거나 다쳐야만 나서느냐"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최근 참다못한 B씨는 해당 엘리베이터 업체와 관리소장을 공동주택관리법과 승강기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개월마다 엘리베이터 정기점검을 하고 있다"며 "정밀점검을 통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인천 동구 송현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지난 6일 전기적 요인으로 멈춘 엘리베이터에 3명이 갇혀 119구급대가 출동하는 등 인천에서 엘리베이터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인일보가 8일 인천소방본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2019~2021년) 동안 인천에서 집계된 엘리베이터 관련 구조 건수는 총 4천425건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만 해도 654건의 엘리베이터 관련 구조가 있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특히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엘리베이터 제어회로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는 여름철 안전사고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여름철 엘리베이터 고장을 막기 위해선 기계실 온도관리와 빗물유입(침수) 방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황수철 한국승강기대학교 교수는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갇히면 정신적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고, 만에 하나 추락이나 끼임 사고가 발생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고 위험이 큰 여름철에는 엘리베이터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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