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를 살리자

손 못 대는 '중립수역'… '지뢰 제거' 국방부 시계는 멈춰 있다

[통큰기획-한강하구를 살리자·(3)] 분단 상황에 막힌 '환경 정화'

한강 하구는 한강과 임진강·예성강·염하(김포·강화해협)가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물길로, 남북 분단 이전까지 수로 교통의 요충지였다. 이 중 경기 파주 탄현면 만우리에서 인천 강화 서도면 말도에 이르는 약 70㎞ 구간은 정전 협정 제1조 5항에 따른 '중립수역'으로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와 다른 개념인 중립수역은 남북 공동의 공간으로 양측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돼 있지만,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민간의 출입이 철저히 제한됐다. 

남북 공동의 공간… 유엔이 관할
신곡수중보 설치뒤 '생태계 교란'
북한과 관계 경색, 공동조사 중단
민간서는 '물길 열기' 행사 잇따라
중립수역에서 상류 방향으로 벗어나더라도 서울 경계 신곡수중보까지는 허가받은 어업인만 드나들 수 있는 등 한강 하구 전체가 최전방 DMZ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로 중립수역을 포함한 한강 하구 전체에 대한 환경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해 6월 고양 장항습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는 환경 정화 활동까지 멈추게 했다.

한강 하구 '생태계 보전' 기대 무너져
인접 지자체들에 따르면 한강 하구는 1980년대 신곡수중보가 설치된 뒤 수중 생태계 교란과 하부 지형 변동, 토사 퇴적량 증가 등의 문제점을 안은 채 방치됐다. 그러던 중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을 계기로 70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 공동 수로 조사가 성사됐다.



그해 11월 남과 북은 조사·연구 인력 10명씩을 참여시켜 파주 오두산자락~말도 79㎞ 구간에서 수로 조사를 진행했다. 한강 수계에 남아 있는 유일한 포구인 김포 전류리포구를 비롯해 강화 주문도·창후리가 조사를 위한 거점이 됐다.

남북은 수로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골재 채취, 관광·휴양, 한강 하구 생태계 보전 등 남북 협력사업을 위한 물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듬해 하노이회담 결렬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그 이상 진전이 없었다.

한강 하구의 물길을 열기 위한 행사는 몇 차례 있었다. 2019년 4월 민간 선박 10척이 전류리포구에서 김포 시암리까지 항행했다. 지난해 4월에는 '한강 하구 평화의 물길 열기' 행사가 열려 전류리포구에서 출발한 민간 선박이 중립수역 2㎞ 앞까지 왕복 20㎞를 오갔다.

10월에는 휴전 이래 최초로 민간 선박이 강화대교를 통해 중립수역 500m 전까지 근접하는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이들 행사는 한강 하구의 실질적 이용과 거리가 먼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적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지뢰 구역'이 된 한강 하구, 제거는 언제쯤
한강 하구에서 지뢰가 발견되거나 폭발하는 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2020년 7월 고양한강공원 조성 구간 둔치에서 낚시하던 70대 남성이 지뢰 폭발 사고로 중상을 당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대덕생태공원과 행주산성역사공원 인근에서 M14 대인지뢰가 발견됐다. 지난해 6월 장항습지에서 환경 정화 작업을 하던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조합원은 지뢰 폭발로 발목을 잃었다.

강 건너 김포에서는 2019년 8월 하성면에서 해병대 간부가 경계시설물 점검 중 지뢰 폭발 사고로 발을 심하게 다쳤고, 지난해 11월에는 서울과 가까운 고촌읍 한강 변에서 수색정찰을 벌이던 육군 부사관의 발목이 지뢰 폭발 사고로 절단됐다. 
계속된 한강하구 폭발 사고 불구
정부 '현황·계획' 답변조차 없어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2017년 인천 강화군 볼음도 영뜰해변에서 관광객이 지뢰를 밟아 발목을 심하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강화 볼음도에서는 2008년에도 지뢰 폭발 사고가 있었고, 이후에도 잇따라 지뢰가 발견됐다.

볼음도 주민 오형단씨는 "볼음도 해변은 나뭇가지와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는데, 지뢰가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 때문에 어업 등으로 활용하지 않는 해변은 주민들도 잘 출입하지 않는다. 쓰레기를 치우지 못하는 이유도 지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장항습지 지뢰 사고로 중단된 환경 정화 활동이 재개하려면 지뢰 조사·제거가 선행돼야 한다. 경인일보는 지난 5월19일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지뢰 제거 현황과 향후 조사·제거 계획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장정구 인천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은 "민간에서 군에 지뢰 탐지를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는데 일부 구역에 주민의 안전을 위한 줄(띠)만 설치한 상황"이라며 "환경 조사와 정화 작업이 이뤄지기 위해선 지뢰로부터 안전하다는 의미의 '토지 해제'를 군에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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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폭발 사고 당시 부상자가 이송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제공

/정운·김우성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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