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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하구는 생태적·지형적으로 볼 때 김포 고촌읍 신곡수중보에서 인천 강화도로 흘러나가는 물길을 일컫는다. 한강과 서해가 교차하는 구역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 버드나무 군락지인 고양 장항습지도 신곡수중보 근처에 있다. → 위치도 참조

한반도 4대강 가운데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하구 대부분은 간척사업과 둑 건설로 훼손된 반면 한강 하구는 유일하게 하굿둑이 설치되지 않아 '열린 하구' 면모를 간직하고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 특성을 가지고 있어 생물 다양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환경부는 2006년 여의도 면적의 약 20배에 달하는 한강 하구 60여㎢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한강 하구는 장항습지, 산남습지, 시암리습지 등 대규모 습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태계가 발달했다. 또 저어새와 재두루미 등 멸종위기종 1·2급 26종을 비롯해 보호 가치가 높은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거나 머무르는 곳이다. 한강 하구는 자연 경관도 뛰어나다.

여의도 20배 60여㎢ 습지보호구역
중립수역 UN관리 민간인 출입통제


한강 하구는 강물과 바닷물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으나 일부 수역은 민간인들이 출입할 수 없는 '금단의 구역'이다. 최근까지는 이러한 여건이 생태계를 보전하기에 유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쓰레기로 인한 수질 오염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화·예방 활동을 가로막는 악조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강 하구 중립수역에서는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제대로 된 환경 기초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한강 하구 중립수역은 남북 간 우발적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로,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관리·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립수역 주변 수로에서만 오염 물질 등을 파악하기 위한 현황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중심부 수역에는 들어갈 수 없는 탓에 원활하지 않다.

특히 한강 하구는 구간마다 밀물과 썰물의 지속 시간이 다르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파주 오두산 일대는 상류 쪽으로 물이 밀려올 때 4시간가량 머물지만 김포 전류리포구는 3시간, 고양 장항습지는 2시간 정도만 머물다 바다로 빠져나간다.

오염 물질이 밀물 때 밀려왔다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하는데, 이는 한강 하구가 '정체 수역'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으로 인해 오염 물질이 한강 하구에 오랜 기간 머물면서 퇴적층을 형성했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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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강화군 더러미 포구에서 한 어민이 바다에서 건져올린 어망의 쓰레기를 살펴보고 있다. 2022.05.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밀·썰물 달라 오염물 퇴적층 우려도
"기수역 고려 수질기준 정립 필요"


전문가들은 한강 중상류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한강 하구만의 환경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창균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강 하구는 서해 생태계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임진강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확한 (중립수역) 현황 조사를 토대로 오염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야 하지만 아직 조사를 위한 접근조차 이뤄지지 않는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우선 물이 얼마나 들어오고 나가는지 조사하고,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한강 하구만의 수질 기준이 정립돼야 제대로 된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한강 하구 수질 관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만들어지면, 상류에서 일정 기준치만 충족하고 흘려보내던 하수 배출 기준 등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강 하구를 살리기 위해선 중립수역에 대한 환경 조사가 선행돼야 하고, 한강 하구의 특성(정체 수역)을 고려한 환경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조치는 한강 하구뿐만 아니라 인천 연안 등 서해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강 하구 쓰레기 및 수질 오염 문제가 우리의 삶과 무관치 않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나온다.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물은 물론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강 하구에서 30년 넘게 환경운동을 해온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미세플라스틱은 단순히 한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섭취하지 않음으로써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순환하고 한강이 병들면 우리도 반드시 병든다"며 "손상된 환경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된다. 기후위기가 조용히 다가왔듯 한강의 미세플라스틱 또한 조금씩 서서히 인간의 숨을 조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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