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발의된 조례가 학교 현장의 반대에 부딪혔다. 각 학교가 교육청이 선발한 인력풀 내에서만 강사를 채용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교원단체와 일부 교사들은 "신입 강사의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임채철(민·성남5) 의원은 지난 2일 '경기도교육청 영어회화전문강사 인력풀 운영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일정한 자격심사를 실시해 강사를 선발, 인력풀에 등재하면 학교는 인력풀 내에서만 강사를 채용할 수 있다. 인력풀은 매년 5% 이상 증원할 수 없도록 제한된다.
교육청 선발 자원 내에서만 채용
해마다 인력 줄어 대안으로 주목
형평성·학교 자율성 저해 비판도
임 의원은 강사들의 만성적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조례를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영어회화 강사들은 계약직 신분으로,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며 최대 4년까지 근무를 할 수 있다. 4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가능하지만, 학교가 이를 원하지 않아 대부분의 강사들이 4년마다 신규 채용 절차를 거친다.
13년차 강사 이정현(용인)씨는 "2009년에 교육청에서 시험을 본 뒤 학교에서만 3번 시험을 봐야 했다. 경력도 인정되지 않아 1년 차나 13년 차나 월급이 같다"며 "학교 현장에 이런 직군은 영어회화 강사들 뿐이라, 그 수가 매년 줄고 있다. 인력풀제도는 고용불안을 해소할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2012년 기준 1천170명에서 매년 그 수가 감소해 올해 480여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교원단체와 일부 학교 관계자들은 해당 조례가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조치이며, 전·현직 강사에게 채용 우선권을 부여해 신규강사들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장 A씨는 "이 조례안은 현직 강사에게 우선 채용의 특혜를 주자는 내용이다. 영어 회화 실력이 뛰어난 새로운 강사들이 있고 학교는 이런 사람들을 채용하고 싶은데 인력풀이 형성되면 진입 장벽이 높아진다"며 "형평성과 학교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조례안"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도 지난 15일 성명서를 통해 해당 조례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경기교총 관계자는 "인력풀 운영은 우회적으로 전·현직 영어회화강사에게만 채용 우선권과 기득권을 유지시켜주자는 것"이라며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채용의 공정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조례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