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환자가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겪는 고통을 '디스트레스(distress)'라고 한다. 암 진단에 따른 당혹감과 슬픔, 두려움과 같이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반응부터 지속적인 우울감과 불면, 사회적 고립처럼 병적인 상태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원형 교수는 "암 환자들은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디스트레스로 인한 문제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재발의 두려움과 불안, 치료 후유증, 신체 기능의 저하들은 암 환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는 암 환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위해 모든 암 환자에게 디스트레스를 필수적으로 측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암 환자의 정신적 고통이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슬픔·두려움·불면·고립 등 범위 다양
필수 측정 권고… 삶의 질 직결 여겨져
편견·약물 두려움, 진료 막는 장벽
대학병원 등에서는 암 환자의 정신 건강을 돕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혈액종양내과, 유방갑상선외과와 정신건강의학과가 협진한다. 환자의 비용부담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암 환자와 보호자는 이러한 서비스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주저한다.
마음이 약한 사람들이나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고 오해해 디스트레스 관련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치료과정에서 사용되는 약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암 환자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막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우려와 달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암 환자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라고 한다.
김원형 교수는 이에 대해 "우울, 불안, 불면과 같은 정신증상뿐 아니라 통증과 식욕부진 등 신체 증상의 호전을 경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환자의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암으로 인한 절망이 더 나은 삶을 향하는 희망으로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며 "역경 이후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