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서구 사월마을 인근에 불법 투기된 쓰레기가 산을 이룬 채 수년째 방치되면서 토양 오염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토지 소유주가 담당 지자체인 서구청의 쓰레기 처리 명령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인천 서구 왕길동 64번지 일대에는 수년 전 버려진 방대한 분량의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사월마을에서 수도권쓰레기매립지로 향하는 도로에서 약 200m 떨어진 지점이다. 일명 '사월마을 쓰레기산'으로 불리는 곳이다.
무성히 자란 수풀을 헤치고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폐비닐이나 고무장갑과 같은 생활 쓰레기는 물론 폐타이어와 녹슨 석유통, 건설자재 조각 등 사업장 폐기물이 잡초와 뒤엉킨 채 산을 이루고 있다.
수년째 불법투기 잡초와 뒤엉켜
市·서구 고발에도 수거 지지부진
이곳에 쓰레기가 무단으로 방치된 사실이 확인된 것은 5년 전이다. 3천㎡ 규모의 토지에 약 1만t 규모로 추산되는 불법 폐기물이 산을 이루고 있다는 민원이 2017년 서구청에 접수됐다.
서구는 토지 소유주 A씨가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이곳에 묻고 대가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해 9월 쓰레기 처리 조치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A씨와 토지 관리인 B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서구는 두 사람을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3차례나 고발했다.
A씨와 B씨는 각각 2차례와 1차례의 벌금형 처분을 받았음에도 2년 넘게 처리 명령을 이행하지 않다가 2019년 12월이 돼서야 1천76t의 폐기물을 처리했다.
이들은 한 차례 작업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6월 800여t의 쓰레기를 추가로 치웠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다시 작업을 멈추고 장비도 철수하면서 여전히 8천t이 넘는 쓰레기가 남아있다.
인천시와 서구는 고발 외에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의 재산을 가압류하고 지자체가 직접 쓰레기를 치운 뒤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이 있긴 하다. 하지만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려도 지자체가 처리해준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방안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환경단체 심각한 토양 오염 우려
유해물질 발생 여부는 파악 안돼
환경단체들은 토양오염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천녹색연합 박주희 사무처장은 "생활 쓰레기만 버려진 것이 아니라 폐합성 고무나 수은·납 등 유해물질이 함유된 지정폐기물도 매립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침출수가 주변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3월 지정폐기물 매립 여부를 확인하고자 쓰레기 산 위쪽의 토양 일부를 채취해 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지정폐기물에서 나오는 유해물질 함유량은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다. 그러나 쓰레기 산 아래에 깊이 묻힌 지정폐기물에서 유해물질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인천시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부지 전체의 토양과 수질오염 정도는 쓰레기를 추가로 치워야 조사가 가능할 것"이라며 "다음 달 중으로 토지 소유주에게 6번째 처리 조치 명령을 내리고, 그동안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서구청 특별사법경찰이 사안을 수사해 검찰에 다시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