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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 미술시장 새바람… NFT의 가능성은

손에 잡을 수 없는 작품 NFT, 얼마를 지불 하시렵니까
입력 2022-07-07 21:26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7-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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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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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의 가치를 논할 때 흔히 소환되는 개념 중 하나가 '아우라'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1936년)'이라는 논문을 통해 정의한 아우라는 예술작품에서 흉내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뜻한다.

사진과 같이 복제되는 작품에는 원본이 지니는 시간과 공간에서 차지하는 '유일한 현존성'이 없어 아우라를 갖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예술작품이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의 세례를 받는다면 아우라를 얻을 수 있을까.

최근 NFT가 미술시장은 물론, 영화와 공연계까지 활용분야를 넓히면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예술계에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고 있는 NFT는 무엇이고, NFT가 가져올 예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블록체인 활용 '가상 자산'에 희소성
이미지·영상·음성 등 디지털 아트로
뱅크시 작품 '1만 조각' 분할 판매도
국내도 마미손 '디지털 오픈런' 화제



전문가들 '작품 스토리' 흥행 좌우
인터넷 콘텐츠는 무료 인식도 과제
'e스포츠 우승자 아이템 팔릴수도'
'극소수 작가만이 이익' 비관론도


■ NFT(Non-Fungible Token)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으로 해석된다.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을 뜻하는 말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만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고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해 상호교환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 사전적 정의다.

다소 막연하게 느껴지는 사전적 설명과 달리 NFT의 속성은 인류의 오래된, 또 보편적 욕구인 수집욕에 맞닿아있다. 토큰이라는 단어도 실제 기념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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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의 '사랑은 공중에(Love is in the Air)'. /연합뉴스

희소한 신발이나 인형 등을 수집하는 심리에는 투자와 투기, 정서적 애착, 나만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는 것처럼 NFT도 같은 원리로 수집욕을 자극하고 있다. 해외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미국 프로야구 선수 카드나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 빵도 NFT와 같은 속성이라고 볼 수 있다.

NFT는 등장과 함께 'NFT=디지털 아트'라는 등식이 성립됐는데, 실제 높은 가격에 판매돼 언론의 조명을 받는 NFT도 대부분 디지털 아트 작품이기 때문이다.

■ 일상에 자리잡은 NFT

NFT가 화제를 모으는 작품은 주로 이미지가 많지만, 회화를 넘어 영화, 공연, 스포츠 등 적용 사례가 다양해지면서 여러 형태의 NFT를 만날 수 있다.

▲이미지=가장 흔하지만 그만큼 활발하게 NFT 기술이 활용되는 분야다. 단순히 하나의 이미지를 거래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펀드나 부동산 리츠 처럼 다수가 소유권을 나눠 가지는 방식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지난해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그림이 1만 조각으로 나눠 디지털 자산으로 판매된 바 있다. 뱅크시의 대표적 작품 중 하나인 '사랑은 공중에(Love is in the Air)'가 NFT로 판매됐는데, 한 조각당 소유권을 1천500달러로 판매하기로 하면서 화제가 됐다.

기존 미술시장이 고가의 작품을 사고팔 수 있는 소수의 자산가들만 참여할 수 있는 닫힌 시장이었다면, NFT가 적용된 디지털 아트는 많은 자본이 없이도 일정 부분 작품을 거래할 수 있어 미술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동영상/GIF=국내에선 복면 래퍼 '마미손'이 NFT 조각 모집을 했는데, 판매 첫날 단 3초 만에 마감되면서 '디지털 오픈런'으로 화제를 모았다. 마미손은 찰나의 순간 회심의 일격을 걸어 '위기를 역전의 찬스로 만든다'는 의미를 담은 3D작품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을 열면 360도로 회전하는 영상이 자동 재생된다.

이 작품은 원화 기준 6천만원이었지만, 작품을 낙찰받은 조각 투자 플랫폼 트레져러는 총 5천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해 5주에 걸쳐 분할 판매했다. 지난 4월 8일 첫 판매 첫날 준비된 700만원 상당의 조각 수량이 오픈과 동시에 소진됐다.

▲음성=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등 수많은 인기 게임에 출연한 성우 트로이 베이커가 자신의 음성으로 NFT를 만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성우의 목소리를 NFT로 낙찰받은 누군가가 자유자재로 사용한다면 다른 성우들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 성사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실제 유명 성우의 음성을 NFT로 만들어 소유권을 제공하는 회사가 등장, 음성 NFT의 가치가 상승하면 성우에게 로열티를 지급하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영화=거래나 투자보다는 소장의 의미로 배포되는 사례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서로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어내는 제너러티브 아트 방식으로 NFT를 제작해 판매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판매된 영화 '특송'의 제너러티브 아트 NFT는 선판매 수량 1천개가 1초 만에 품절된 데 이어 지난 1월 2일까지 진행된 메인 거래에서 총 수량 3천여개가 공개와 동시에 품절되면서 NFT가 대세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소장의 의미를 넘어 예술적 가치와 미래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에버랜드가 여름축제 '썸머워터펀'의 메인 캐릭터 '밤밤맨'의 NFT를 판매할 예정이며, 한국배구연맹이 남녀배구대표팀도 NFT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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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가 발행한 여름축제 캐릭터 '밤밤맨'의 NFT. /에버랜드 제공

■ NFT의 특징과 한계


전문가들은 NFT의 흥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스토리라고 말한다. 복면 래퍼 마미손의 'SUFLEX'는 지난해 11월 마미손이 래퍼 염따와 자신의 레이블 소속 학생 래퍼들의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은 일을 계기로 탄생했다.

이때 염따를 저격하는 의미를 담은 후드티를 판매했고, 이를 NFT로 만든 게 SUFLEX다. 당시 마미손은 '고난 끝에 뒤집기라는 수플렉스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작은 트로피를 만들었다'며 '마미손의 모든 행보는 NFT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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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손의 '수플렉스 더 트로피(Suflex the trophy)'. /파운데이션 캡처

이처럼 소비자를 사로잡는 스토리와 그 스토리에 담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다면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그 스토리가 얼마나 매력적인 가에 흥행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에 접근이 까다로운 것도 사실이다.

또 인터넷 상의 콘텐츠가 무료라는 개념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구독경제로 인해 디지털 재화에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지만, 동영상이나 뉴스 등은 여전히 무료로 이용되고 있다. 공짜로 볼 수 있는 디지털 아트에 일반인들이 지갑을 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자산이기 때문에 표준화된 검증 절차가 없어 가짜 NFT나 무분별하게 가치 없이 생산되는 NFT 등으로 사기 의혹을 받는 등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책 'NFT 사용설명서'의 저자 맷 포트나우와 큐래리슨 테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유명 운동선수들이 착용한 운동복이나 경기에 사용된 공이 비싼 가격에 팔리듯, 10년 후에는 e스포츠 우승자가 경기에 사용한 아이템이 NFT 형태로 경매를 통해 팔리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고 NFT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반대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예술가 히토 슈타이얼은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은 (NFT에 대해) 더 민주적일 것이다. 더 쉽게 접근할 것이고 동등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극소수 작가만이 이익을 취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미술 시장과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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