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하늘에… 대출금 갚으려던 농민은 '망연자실'

경기·인천 폭우로 곳곳 물난리
입력 2022-06-30 19:59 수정 2022-06-30 21:10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7-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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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서탄면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오이와 토마토 등을 재배하는 농장주가 침수 피해를 당한 비닐하우스 내부를 보며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2022.6.30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토마토 팔아서 대출금 반만이라도 갚을 생각이었는데…
경기도 전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30일 오전 11시30분. 평택시 서탄면의 한 비닐하우스 앞에서 농장주 강춘녀(55)씨는 엉망이 된 비닐하우스 내부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씨가 오이와 토마토 농사를 짓는 비닐하우스 14동이 전날 밤부터 내린 폭우로 전부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평택 오이·토마토 재배 비닐하우스
14동 잠겼지만 감전될까 발만 동동


그를 따라 장화를 신고 토마토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무릎 바로 밑에서 빗물이 출렁였다. 갓 심은 토마토 모종은 뿌리가 완전히 물에 잠겨 있고, 냉장고와 각종 전기 배선엔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채 수면 위에 엉켜 있다. 사고 위험 탓에 양수기조차 사용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강씨는 "2008년부터 농사를 지었는데, 비닐하우스 전체에 물이 찬 건 처음"이라며 "토마토동에서 수확할 수 있는 게 1만 박스다. 토마토 팔아서 대출금을 갚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돼서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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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30일 오전 화성시 반정동 반정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통행이 금지 돼 있다.2022.6.30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화성 반정지하차도 4.2m 공간 침수
수원 반지하주택 물 퍼내느라 분주

 

비슷한 시각 화성시 반정지하차도는 높이 4.2m 공간에 빗물이 빈틈 없이 가득 차 그야말로 '물난리'가 난 모습이었다. 지하차도 위에 놓인 다리가 언뜻 교량처럼 보일 정도였다. 상습침수구역인 이곳은 매년 장마철 피해가 빈번한 곳이다.



인접한 잡화점 상인 이모씨는 "2년 전에도 이 정도로 차올랐었는데, 그때도 장마가 계속돼 완전히 수습하는 데 꼭 일주일 걸렸다"고 말했다. 맞은편 공단에서 40년을 근무했다는 김모씨는 "심할 때는 길 너머 비행장 활주로까지 차오르기도 했다"면서 "저 길이 통제되면 차로 40분 가량 돌아가야 한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수원지역에선 비 피해를 입은 상가·주택 등에서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수원시 이의동 광교엘포트아이파크 건물 관계자들은 배수·청소 작업으로 분주했다. 천장에서 새는 빗물로 인해 2, 3, 4층 총 8곳의 점포가 오전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식당은 점심시간에도 누수가 심한 쪽을 공석으로 남겨놨다. 특히 3층은 점포 7곳 중 6곳이 영업에 피해를 봤다. 한 직원은 "오전 6시30분부터 천장에서 비가 샜다. 영업 시작인 6시에 회원님들이 오셨다가 30분 만에 나가셨다"고 밝혔다. 이어 "닦아도 닦아도 이 모습"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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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30일 오후 1시40분께 세류동 다세대주택 반지하방. 벽지들이 아직도 젖어 있는 상태다. 2022.06.30

인근 업체가 직원 휴게실로 사용하는 수원시 세류동의 한 반지하주택은 천장, 벽지, 장판 등이 모두 젖은 상태였다. 이른 아침부터 물을 퍼내느라 기진맥진한 직원들은 한편에 누워 있었고, 다른 한편엔 젖은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었다.

한 직원은 "아침 9시부터 장정 5명이서 물을 퍼 날랐다. 믿기 힘들겠지만 지금 이게 열심히 치운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이 외에도 수원 중고차매매단지 일부가 물에 잠겨 주차돼 있던 차량이 침수되고, 시흥시 대야동에선 산사태 신고가 접수되는 등 경기지역 곳곳에서 비 피해가 속출했다.

제1순환고속도로 차 사고 1명 숨져
인천 계양구 터널 고립된 여성 구조


한편 인천에서도 비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0시 20분께 인천 계양구 서운동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서운분기점을 달리던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차량 밖으로 나와 서 있던 30대 남성 운전자가 같은 차로에서 뒤이어 오던 승용차 2대에 치여 숨졌다.

같은 날 오전 8시 51분께 인천 계양구 하야동 터널이 침수돼 차량에 있던 고립된 30대 여성이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낮 12시 14분께에는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문학사거리 부근이 침수되기도 했다.

인천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배수지원 66건, 안전조치 20건, 인명 구조 1건 등 총 87건의 폭우 관련 지원활동을 했다.

/배재흥·변민철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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