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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나무들의 나이테를 엮어서

등고선을 둘렀나



나이의 융기도

무의식의 마그마가

모름지기 밀어올린 조화



등고선 벼랑 붙들고 선

노송 한그루

미려 장관으로 시선 받지만

현운증 가리기도 어지러운

나의 나무여

-김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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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 시인
등고선은 평균 해수면을 기준으로 같은 높이의 지점을 연결한 선을 말한다. 등고선의 특징은 다른 높이의 선과 겹치지 않으며 끊어짐 없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간격이 좁으면 급경사, 간격이 넓으면 완경사, 등고선이 산 정상을 향해 오목하게 나타나면 계곡, 반대로 볼록하게 나타나면 능선이다. 두꺼운 실선의 계곡선, 가는 실선의 주곡선, 긴 점선의 간곡선, 짧은 점선인 조곡선으로 나뉘고 지도의 축척에 따라 나타나는 선의 간격이 다르다. 여기서 사람의 삶을 생각해 보면 그 일생은 등고선에 따라 개개인의 삶이 전부가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사람의 삶에 평균점을 두고 사람마다의 삶을 비교해 본다면 주어진 길이와 넓이, 비중과 비례는 절대로 일치하지 않는다. 수직과 수평의 방향으로 한쪽으로 가는 것 같지만 다르다. 사람의 생이 한곳에 모여 살아도 겹치지 않는 이유는 비슷하지만 합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방향이 틀리고 정신의 틀이 달라 등고선에 의해 나타나는 선의 간격이 다르듯 다르다. 김유조 시인은 등산하며 등고선에 서서 삶의 방향은 같지만 간격의 차이와 계곡과 능선이 전부 다르다는 것을 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하나의 선을 딛고 있지만 나름의 삶을 살아가도 겹치지 않으며 혼돈의 시간을 함께해도 자신의 선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벼랑 위에 서서 종착점을 향해가는 삶의 나무를 보았다.

/이오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