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인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발달장애인 동생과의 시설 밖 일상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유했고 사회에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체계 구축'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정치에 입문한 그의 1호 법안은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장애인 활동지원법)'이었다. 그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은 가정이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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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수룩한 듯, 잘 정돈된 짧은 머리. 숏커트라기에는 두상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그의 스타일은 푸른색 셔츠와 어우러져 다부지다는 인상을 줬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4월,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며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과 삭발을 감행했다. 갓 깎아 푸르던 머리는 이제 제법 자라 밤톨 정도가 됐다.

장 의원은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한 살 터울 자매가 함께한 지는 올해로 6년째다. 발달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정치에 입문한 장혜영 의원을 지난 4일 국회에서 만났다. 발달장애인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면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설렘, 고민, 담대함이 드러났다.

생계 전적으로 내몫인데 돌봄문제 해결하기엔 활동지원 시간 턱없이 부족
文 정권이 폐지한 '등급제' 최중증 돌봄 모델로 회귀… 불행의 등수 매기나
탈 시설 반대하는 사람들… '정부 지원 부족해 벌어진 일' 공감대 형성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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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 열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 집중 결의대회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삭발을 감행한 모습. /장혜영 의원실 제공

발달장애 동생과 딸기 뷔페 가기, 노래 부르기…
유튜브 채널 공유했더니 성찰 댓글 쏟아져

장 의원은 "동생에게 시설 밖 삶이라는 게 가능하다는 걸 오랫동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동생이 있던 시설에서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설이 꼭 답이 아닐 수 있겠다는 결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이 맞닥뜨린 현실에선 감내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18년이란 세월을 시설에서 보내온 장 의원의 동생은 30살이 되던 해 사회로 돌아왔다. 장 의원은 시설에 들어갔을 때와 달리 탈 시설을 택하는 데 있어선 동생의 의지를 존중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시설 안에서의 경험이 곧 인생이 전부였던 사람에게 사회에 나와 '언니랑 같이 살자'는 게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까… 그게 참 어려웠어요. 그래서 먼저 시설 바깥에서의 삶에 대한 가능성을 경험하게 했던 거죠."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은 국가가 아닌 가정이 오롯이 짊어져야만 했다. 준비기간도 길었다. 그렇게 1년 가량 장 의원은 동생과 함께 시설 바깥을 경험하는 시간을 보냈다. 동생은 2017년 시설을 벗어나게 됐다.

장 의원은 또 다른 삶을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동생과의 일상을 공유했다.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한 소소한 일상은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특별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생각 많은 둘째 언니'(현 장혜영)라는 그의 채널에는 동생과 함께 딸기 뷔페 다녀온 후기, 흥 많은 동생과 노래 부르기 등의 영상이 올라왔다.


장 의원은 "발달장애인 동생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게 자연스러운 건데, 역설적으로 그 콘텐츠의 가장 특별한 부분이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며 "영상을 접한 이들은 '편견에 사로잡혀 장애인의 삶을 바라봐왔다는 걸 알게 됐다'라는 등 성찰의 댓글을 쏟아냈는데 그게 참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이는 장 의원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발달장애인이 살아가면서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지켜나가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사회가 발달장애인을 함께 돌볼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 비로소 탈 시설이 가능하더라고요. 동생 탈 시설을 계기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사회가 발달장애인을 맞아들일 준비가 됐는가에 초점을 둬야 합니다. 그러한 것들을 공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정치까지 오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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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의 1호 법안은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장애인 활동지원법)'이다. 장애인 24시간 활동 지원 보장을 법제화하는 내용이다. 장애인 문제에 남다른 의식을 갖고 시작한 정치생활을 증명하듯 그는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을 둔 가정은 대개 돌봄에 일생을 바쳐야 하는 탓에 번듯한 사회생활을 하기조차 쉽지 않다.

장 의원은 본인 사례를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동생이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아 생계가 전적으로 제게 달려있다"며 "일을 하기 위해서는 동생의 돌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너무나, 턱없이 부족한 활동지원시간 등은 큰 어려움이었다"고 토로했다.

장 의원은 동생이 처음 지역사회로 돌아왔을 때 정부에서 지원한 활동보조시간이 94시간에 그쳤다며 허탈한 듯 웃어 보였다. 그는 "1일 기준 3~4시간인 셈"이라며 "사실상 일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동정이나 시혜 수준에 그친 복지정책들
구조적 차별은 구조적으로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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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다. 한국의 장애인 복지정책은 동정이나 시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장 의원은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 함께 살기 위한 권리 보장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 의원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구조적인 차별을 개인이 극복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구조적인 차별은 구조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중심으로 국가가 구조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에서 장애인 지원책을 내놨지만,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 장 의원은 "전 정권에서 시행한 장애인 정책에도 분명 한계가 있었으나 장애 등급제를 폐지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이게도 현 정부에서 발표한 최중증 장애인 돌봄 모델은 장애에 따라 등급을 나눠 지원을 달리하는 장애 등급제로의 회귀를 뜻한다"며 "장애인에 대한 보편적인 지원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누가 제일 불행한지 등수를 매기는 것과 다름없다"며 목소리를 냈다.

장 의원은 발달장애인의 돌봄 주체는 가족이 아닌 국가라고 강조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는 지역사회 일원으로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는 "사회 속에서 발달장애인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자리를 국가가 제대로 마련해주지 못했다. 그 자리를 가정 안에서만 만들다가 이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시설로 보내지는 이들 연령 통계를 보면 학령기가 끝나는 10대 후반~20대 후반이 가장 많다. 학생 때는 어떻게든 학교를 보내면서 함께 사회 안에서 존재하는 건데, 문제는 그 다음 스텝을 사회에서 마련해주고 있지 못해서 시설로 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발달장애인을 시설로 보내는 게 결코 당연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중 시설에서 생활 중인 이는 3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장 의원은 발달장애인을 둔 가정에 함께 소통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만나서 대화하자는 말씀을 꼭 하고 싶다"며 "탈 시설에 반대하는 이들의 심정을 감히, 어느 정도는 헤아릴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가족이 아닌 정부에 돌봄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미 너무 지쳐서 탈 시설 자체를 반대하는 분들도 있을 테지만 이 역시 정부 지원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정부에 요구하다 보면 가족은 가족으로서 자유롭고,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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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장애인권리보장 특위를 구성해 초당적인 협력관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특위에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등이 참여한다.

장 의원은 "실질적인 진전을 보일 수 있는 국회 차원의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장애인 문제는 여러 부처에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특위를 구성해 상임위원회별 칸막이를 없애고 주요한 의제를 같이 논의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이라며 "명확한 방향성을 토대로 아직 여러 장애인 정책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을 상대로 공감대를 넓히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글/배재흥·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사진/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 장혜영 의원은?

▲ 1987년 출생
▲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영상연출과
▲ 현 2022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
▲ 전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 2021, 2022 대한민국 국회 의정대상 수상
▲ 2021 타임 Time 떠오르는 인물 100인 선정
▲ 2019 제21회 한국장애인인권상 인권실천부문
▲ 2019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박남옥상